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 정부 강력 반발해 9월 국회로
국회에서 추진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이 6월 임시국회서 처리되지 못한 채 9월 정기국회로 넘겨졌다. 외국인 투자위축을 우려한 정부의 반발이 워낙 큰 탓이다.
1일 국회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6월 국회에서 기간산업의 인수·합병(M&A) 방어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법안 심의를 9월로 연기했다.
3차례 열린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병석 의원(한나라당)의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규제법' △이상경 의원(열린우리당)의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투자 규제법'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뒤늦게 발의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이병석·이상경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외국인이 우리 기간산업을 M&A할 수 없도록 제한하자는 것으로 1988년 미국에서 제정된 '엑슨-플로리오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외국인 투자제한법을 두고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대한 위해 여부를 판단해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투자를 막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법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기간산업 M&A를 사전심사한 후 산자부 장관이 최종허가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상경 의원 안은 군수물자·원자력·정유·철강 등 구체적인 기간산업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정부의 반대로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6월30일 공식 서명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한·미 FTA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소위 통과를 보류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며 "국회가 이를 수용한 만큼 정부가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성의있는 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위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본이동 자유화규약 등을 내세워 입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인 만큼 9월 국회에서 반드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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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입법 불가'다. 외국인투자촉진법·증권거래법·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전기통신사업법·항공법 등 현행 법으로도 기간산업의 M&A를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아울러 M&A가 걱정된다면 상법상 다양한 경영권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한·미 FTA 특위에 참석, "보호대상 기간산업이 28개지만 현행 규정으로도 적대적 M&A 방어가 가능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 엑슨-플로리오법이 있지만 실제 기간산업 보호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국회에서 소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만큼 8월까지 민·관 합동회의를 열어 우리 기간산업이 M&A에 취약한지 등을 검토한 뒤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