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과열 견제 나선 정부, '시장 떠보기'?

증시과열 견제 나선 정부, '시장 떠보기'?

이승제 기자
2007.07.12 16:00

선제적 대응으로 거품 차단…시장은 상승세 유지

시장 전문가들은 12일 '증시 식히기'에 나선 금융당국의 의도에 대해 일제히 "실제 과열국면이라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과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세조정(fine tuning)'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의미를 다소 제한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정부의 대형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일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힘을 보였다. 전날 장중에 남어섰던 1900 고지에 안착했다. 금융 당국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는 멈추지 않았다.

유동성 과잉 등을 우려해 간헐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져왔던 정부는 이날 일제히 구체 행동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11개월만에 콜금리목표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단기급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주식 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보다 구체적인 중장기 액션플랜을 내놓았다. "증시 수급조절 측면에서 공기업 뿐 아니라 유수 기업에 대해서도 상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증시 상장물량이 (유입되고 있는 증시 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기존 주식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논리다.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매수세가 꺽이지 않아 자칫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 증시는 과열국면으로 가고 있는가. 정부와 시장은 이 물음에 대해 최근 몇달간 해답을 찾았지만 아직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단기 급등, 게다가 잇따라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큰 장'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건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정을 통해 시장체력과 추세를 재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 자칫 시장이 '이상 심리'에 휩싸여 과열이 발생하면 그 속에서 거품(버블)이 한껏 부풀어 오를 수 있다.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해 "섣부른 예단을 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 신용융자 축소, 은행의 담보대출 규모에 대한 견제 등을 통해 증시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에 '견제구'를 보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입세는 지속되고 있다.

◇버블이냐, 제값받기냐=주식의 유통물량 감소는 거품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다.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매수세가 많아진다면 가격(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 속에서 실제 가치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값이 매겨질 수도 있는데, 정부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통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단지 속도가 문제"라며 "자금유입 속도가 앞서가며 일부 종목 특히 우량주를 중심으로 잠재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장기투자 규모가 많아져 실질적으로 유통물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두고 거품이라고 선뜻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또 "오버슈팅(과열)의 경우 결국 미래가치를 따라가게 돼 있다"며 "미래수익을 투자자들이 얼마나 평가해 주느냐의 문제인데,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도 안되는 상황에서 다른 이머징마켓과 비교하면 딱히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조선 등 주도주의 경우 펀드에서 물량을 쥔 채 내놓지 않는 부분이 있어 주가 탄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가총액 상위 20개사를 보면 유통주식 수가 (총발행주식 수의)30% 남짓인데, 잠기는 물량이 많아지고 있어 거품 발생의 개연성 자체는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유동성 과잉을 고민하며 거품 발생을 경계하고 있는데, 워낙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는 수급을 놓고 시장 자체의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현 상황이 거품 국면이라고 볼 근거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지금 필요한 건 뭐? "속도 조절"=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고 메시지에 대해 "숨고르기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김성주 파트장은 "주식시장이 갖고 있는 본연의 역할은 기업의 자금조달인데,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통해 한차례 걸러진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있다"며 "증시의 순기능이 보다 충실해졌지만 수급이 워낙 불균형해 이를 해소해 보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황창중 팀장은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증시 건전성이 높아지며 기업 이익성장성과 안정성에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펀더멘털)이 좋아지면 수급도 상향하게 돼 있는데, 다만 정부에선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이를 염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자산가치 이상급등(거품 발생) 등을 미연에 방지해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는 데 있다. 심리에 의존하며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식과 폭식'을 막고 '두루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사명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탐색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 나올 경우 '우려의 현실화'로 볼 수 있는데, 이날 시장은 굳굳하게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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