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던 증시 돌연 급락.."위험자산은 당분간 관심 밖"
"세계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의 주엔진 역할을 했던 엔캐리트레이드가 본격 청산되고 있다"
미국 월가의 유명한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까지 대규모 펀드 손실에 이어 소송에 휘말리는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증시는 이번 사태가 촉발시킨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직접 타격을 입고 있다. 당장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직접 노출되면서 유동성 이탈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반등세를 유지하던 아시아증시는 오후들어 급락 반전했다. 일본증시가 1% 가까이 조정받은 것을 비롯 대만 가권지수는 1.7%나 떨어졌다. 홍콩H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오후한때 40포인트 넘게 밀려나며 18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중국증시가 그마나 반등세를 유지할 뿐 글로벌 증시 전반적인 분위기가 금새 우울해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증시가 번지점프를 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급락하던 증시는 금새 보합권으로 회귀했다. 극도로 불안한 투자심리가 엿보인다. 전날 미증시도 급변을 지속한 끝에 장막판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시달린 헤지펀드뿐 아니라 엔캐리트레이드 자금까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이머징시장의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들어 엔화 강세 뚜렷
약세를 보이던 엔화는 7월들어 반전했다. 1일(현지시간) 소폭 약세를 보였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커지면서 엔화도 강세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였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해졌지만 엔화 강세는 좀처럼 식지않고 있다.
6월22일 124.06엔을 나타내던 엔/달러 환율은 7월23일 121.28엔으로 급락했다. 이번주에는 118엔선을 이탈하며 지지선없는 조정을 보였다. 엔화가치가 그만큼 오른 것이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주요국 통화중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시장에서 4억10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이에 비해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주로 매수하는 통화인 뉴질랜드 달러와 호주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전날 호주 달러는 101.80엔에서 100.93엔으로 떨어졌고 뉴질랜드 달러는 91.15에서 90.29엔으로 급락했다.
◇베어스턴스까지 서브프라임에 곤욕..안전자산 선호 심화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의 연이은 유동성 위기 소식은 급기야 최근 유명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달 파산을 신청한 2개의 헤지펀드에 이어 세번째 펀드가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적지않은 손실을 입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베어스턴스는 이 펀드에 대한 환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시장의 의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파산을 신청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베어스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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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는 이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하지 않았고 차입도 전혀 없다며 당장의 시장불확실성을 견딜수 있다고 해명한 상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일반 모기지에 투자한 부문도 최근 주택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험자산을 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투기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가파르게 확대됐다. 전날 10년만기 재무부채권과 투기등급 회사채 간의 스프레드를 나타내는 'KDI 하이일드데일인덱스'는 8.79%로 올랐다. 월초만해도 2.2%에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하이일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이 지난 2개월간 1.8%포인트나 높아졌음을 뜻한다.
재무부채권과의 스프레드는 7월들어 1.26%포인트 확대돼 4.24%로 높아졌다. 지난달 27일에는 2005년 5월 이후 최고치인 4.28%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당분간 계속
아직까지 시장전반적으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시험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투기등급 채권은 물론 일반 회사채 수익률까지 상승하면서 기업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헤지펀드의 차입매수도 어렵게된다. 신용경색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요증시에서 해외자금 이탈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서브프라임 충격이 엔캐리 청산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BOA의 전략가 도코모 후지는 "서브프라임 우려로 일본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며 "이는 곧바로 엔강세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오카산증권의 채권및 통화 딜러인 츠토모 소마는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의 환율에서 엔화로 갈아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아시아시장 전문가는 "엔캐리뿐 아니라 중동, 러시아, 유럽, 중국, 한국자금의 캐리도 적지않게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청산에 따른 충격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서브프라임 위기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어 엔화, 미국채로 회귀하는 자금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특히 이머징 시장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