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⑧] 기업형시스템 도입이 과제

[군인공제회⑧] 기업형시스템 도입이 과제

현상경 기자
2007.11.19 09:08

임직원 손해배상 규정 등 투자 발목잡는 규제도 다수

"아직도 외부에서는 퇴역장성들이 모인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공제회 역시 스스로 기업이라는 생각을 잘 안하는 것 같습니다."

군인공제회는 유통, 제조 등의 분야 직영사업체만 7개에 달하고 대한토지신탁, 한국캐피탈 등 금융분야를 포함한 4개 계열사를 가진 '기업', 정확히는 기업집단(그룹)에 해당된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만 놓고봐도 작년말 기준 11.1%에 달하는 등 현대자동차(9.5%), KTF(9.5%), 대한항공(8.8%) 등 웬만한 대기업을 능가한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공제회는 아직도 '베일에 싸인 조직' 정도로 평가된다. 조직체계나 투자시스템, 인력 등이 아직은 기업보다 군(軍) 혹은 관료조직에 가까워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보는 군인공제회의 한계는 인사권 행사를 비롯한 국방부 등 관계부처의 '시어머니 역할'과 이로 인한 활동의 독립성 문제로 요약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노력으로 발군의 성과를 일궈냈지만 이 같은 조직운영체계는 공제회 활동의 제약조건임이 분명하다"고 풀이했다.

군 조직에서의 계급이나 직급에 따라 정해진 인사체계가 기반이 되다보니 내외부의 복잡한 보고체계가 불가피하고 실무자들의 재량권도 상대적으로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기민하게 금융시장의 흐름에 대응하려면 다른 기관투자자처럼 여의도에 하루 종일 상주하면서 일을 해도 모자랄 판국"이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는 물론, 각종 외부기관 여기 저기에 보고를 하러 다니가다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부입김이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많다. 국방부 등 관계부처의 '발목잡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외부의 평가와 달리 관계부처나 회원들은 공제회가 무엇을 잘 하고 있는지 이해하거나 인정하기는 커녕, 이 정도 수익밖에 내지 못하느냐며 호통치기 바쁘다"며 "인센티브도 없이 높은 조달금리를 극복하며 좋은 수익을 낸 직원들의 사기가 이로 인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군인공제회는 사업시행에서 손해를 보면 본부 및 전 사업체 임직원이 이를 배상토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이는 책임경영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자칫 과도한 책임부여로 적극적인 투자노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부동산 투자사업에 대해 투자집행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외부 입김으로 "사업성이 없으니 포기하라"는 지적이 나와 투자를 전격 철회하면서 내부적으로 반발이 일어나는 일도 발생했다.

투자스킴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7%대의 높은 조달비용과 더불어 회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

공제회로부터 투자유치를 추진했던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군인공제회는 투자를 고려할 때 어쩔 수 없이 가능성보다 대주주가 누구인지,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자산가치가 높은지부터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해도 영업권, 특허 등 무형자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업체나 투자건수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력과 활동의 전문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공제회가 가진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조직운영 방식에서 기업형 시스템 도입이 부족하고 외부의 투자전문가를 끌어들이는 노력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물론 공제회 자체적으로도 이를 의식해 올 들어 본부조직을 기업형으로 개편하면서 지원부서 일부를 폐지하고 사업부서 2팀을 신설하는 한편 전략기획팀, 리스크관리팀 등을 만들어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조직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단순히 조직을 개편하는 것으로는 안되며, 앞으로 더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

공제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군 출신이다보니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외부에 비해 시장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금융, 부동산 시장에서의 선진투자기법을 이해하고 법령, 제도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면 외부 전문가 수혈은 물론, 내부 인력들에 대한 교육과 역량강화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토로했다.

군인공제회 자체의 문제점도 자주 거론된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의 역할이나 지위에 비해 투자성과나 투자집행과정을 '대외비'로 일관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하는 역할에 걸맞게 활동내역과 향후 계획은 물론, 노하우를 전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외부접촉을 꺼리고 숨어서 잘한다는 소리만 들으려다보면 결국 조직운영이 정체되면서 투명경영이 어려워지고 조직의 유연성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그간 '토종기업 지킴이', '투자자가 좋아하는 전주(錢主)'로 평가됐던 공제회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 대표 기관투자가로서 우뚝 서달라는 바람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캘퍼스(CalPERS)'의 역할을 군인공제회가 맡으면서 한국이 동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해 달라는 것. 이를 위해서는 그저 한 때 잘나가는 기관투자가가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플레이어로 우뚝 서겠다는 패러다임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