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년만에 재연된 '촌극'

[기자수첩]1년만에 재연된 '촌극'

진상현 기자
2007.11.19 09:14

너무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주택담보대출이 중소기업 대출로 바뀌었을 뿐. 시기도 정확히 1년만이다.

지난 14일 국민은행이 신규 중소기업 및 소호대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기대출로의 쏠림현상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터였다. 이어 다른 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 관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다음날인 1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해 놓고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일시에 대출을 축소하는 국민은행의 영업전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엔 감독당국 차례. 감독당국은 15일 "국민은행에 확인한 결과 신규 (중소기업) 대출을 전면 중단한 사실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은행측이 언론을 통해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감독당국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혼란은 1년전에도 있었다. 감독당국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총량을 할당받아 한도를 넘어선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17일. 은행창구에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고 시중은행과 감독당국에 대한 원망도 쏟아졌다.

감독당국은 당시 "일부 시중은행에 대출총량규제 방침을 하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감독당국의 지시에 따른 총량 규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1년만에 재연된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 은행들의 무분별한 경쟁이 문제인지, 감독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문제인지,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감독당국의 수준이 하루 아침에 '일류'가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은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