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며 노동력과 보조금을 착취당한 장애인 부부가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체장애 3급 있는 장모씨(58) 부부는 1988년3월부터 친분이 있던 P씨 소유 양계장에서 월급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P씨의 양계장에서는 1만2000마리의 닭을 사육하면서 하루에 6000~8000개의 달걀을 생산했다. 장씨 부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다른 상시 근로자 없는 냄새와 먼지가 자욱한 양계장에 나갔고, 저녁 늦게 일을 마친 뒤 돌아왔다.
장씨 부부는 마스크 하나 없이 냄새가 심한 계분을 처리해야 했다. 양계장 일 외에도 집안의 잡일과 과수 재배 등의 일에 불려나갔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쉬어본 기억이 없다.
장씨 부부가 거주하는 농장에 딸린 3평 남짓의 방은 벌레와 파리떼가 들끓었다. 제대로 된 가구는 없었으며, 도배를 언제 했는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같은 생활은 지난해 7월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가 나서 장씨를 데려오기까지 18년 동안 계속됐다.
조사 결과 그동안 P씨는 장씨 부부에게 임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P씨는 1992년 장씨 부부의 보호자 행세를 하며 이들 몰래 통장을 개설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보조비와 장애인 수당 등을 가로챘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지난해 4월까지 P씨가 가로챈 돈은 6900만여원에 달했다.
장씨는 그동안 건강검진 한번 받지 못해 탈모와 위장질환, 다리질환, 신경기능 이상 등을 앓고 있었다. 장씨의 부인(47)은 협심증과 고혈압이 심각했다. 농장에서 나온 이후 거의 매일 병원에 다니는 신세다.
결국 P씨는 횡령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P씨는 "오갈 데 없는 이들을 거둬줬다"며 횡령금 가운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기간 동안의 금액 1800만원만 입금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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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부부는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와 서영현 박호균 변호사(법률사무소 히포크라)의 도움으로 P씨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과 횡령금,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합쳐 4억8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20일 법원에 내기로 했다.
연구소 측은 소장 제출 전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P씨는 장씨 부부를 18년 동안 기본적인 생활 여건도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하인처럼 부리는 인권유린 행위를 했다"며 "그동안 누리지 못한 권리를 되찾자는 의미에서 소송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