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대형, 경매로 '말 갈아탈 기회'

강남 중·대형, 경매로 '말 갈아탈 기회'

지영호 기자
2008.01.18 11:34

[머니위크 기획]경매 부동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형 평형대의 연립·다가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서초·송파로 이어지는 강남권 아파트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1월 첫째주 부동산 시황자료에 따르면 압구정동 구현대7차 214㎡(65평형)는 28억~32억원 선으로 한 주 동안 1억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부동산 열기가 되살아날 징후가 보이면서 아직 움직임이 없는 경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경매시장은 경매 자체가 갖는 특수성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다소 늦게 반영하는 측면이 있어 향후 부동산정책의 흐름을 파악한다면 지금 뛰어드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월 새해 첫 경매가 열린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비수기에도 경매 열기로 북적였다. 법정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을 뿐 아니라 복도에까지 입찰자가 몰리면서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까지 열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 1월 경매법정의 분위기는 지난해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8일 실시된 경매에는 200여석의 좌석이 모두 차기는 했지만 1년 전 인기에 비해 한산할 정도였다. 경매는 개별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물건이 나올 경우 입찰자가 몰리는 큰 편차를 보이기는 하지만 이날 최고 경쟁률은 17대1에 불과했다.

특히 강남의 고가 아파트나 빌라는 단독 입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 년 전만 해도 50대1의 경쟁률을 상회하는 물건이 매일 한 건씩은 나온 것을 감안하면 열기가 많이 식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낙찰된 물건은 감정가의 70%대에서 결정된 경우가 많았으며 투자 유망지의 연립·다세대 물량이 감정가를 넘었을 뿐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물건은 대부분 유찰됐다.

경매관련업계에서는 신규로 시장에 뛰어든 경매 초보자의 ‘묻지마 입찰’이 시장 질서를 흐려놓고 있으며 고수들은 경매보다 조금 더 정보공개가 적은 공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즉 고수는 빠지고 초보자들의 소형 물건 낙찰 열기만 경매시장을 채우고 있다는 것.

◆ 강남권 중·대형, 경쟁률 떨어지고 낙찰가도 낮아져

연립·다세대의 인기와 강남권 중·대형의 희비 쌍곡선은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의 자료에서 잘 나타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 연립·다세대의 낙찰가율은 102.33%로 감정가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물건 당 평균 경쟁률도 8.5대 1을 기록했다. 2006년 동기의 자료(낙찰가율 95.44, 경쟁률 6.2대 1)와 비교하면 지난해 연립·다세대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경매시장에서 강남 중·대형 평형의 인기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하반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평균 낙찰가율은 81.41%로 2006년 동기(90.73%)보다 9.32%포인트가 빠졌다. 경쟁률도 4.96대 1에서 4.76대 1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2006년 하반기보다 지난해 하반기의 강남권 수요가 중·대형을 중심으로 줄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경쟁이 완화되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이 지역의 물건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10억원의 아파트의 경우 평균 4.76대1의 경쟁률만 뚫으면 1억859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부동산세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가격이기는 하지만 향후 경매를 통해 얻은 물건의 가격이 오른다면 기대 수익은 더 커질 수 있다.

◆ 경매 낙찰, 수익 기대해 볼만

지난 1년간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으로 인해 강남권 아파트의 약보합세가 지속됐지만 올해에는 재건축 개발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지난해 1ㆍ11대책을 시작으로 정부의 연이은 압박에 억눌렸던 강남 수요가 새 정부의 주택시장 완화정책을 기대하며 강남 신화 재현의 첫 차를 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대선 이후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1개월 사이 2000만원 이상 오르는 등 이른바 ‘MB효과’를 볼 때 강남권 상승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매시장에서는 강남권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가 상반기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낙찰가가 시세에 비해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의 투자 적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갑현 지지옥션 매니저는 “강남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낮아졌고 특히 10억원 대의 대형 매물은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세 인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올 상반기가 강남 진입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버블 세븐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뜸해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박 매니저의 의견이다. 누구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주거환경이 뛰어나고 편의시설과 교통이 뒷받침되는 넓은 평형의 아파트로 이주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 MB효과, 강남 부동산 기대

강남권 아파트의 진입이 가장 용이한 시기라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발표로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새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취·등록세를 2%에서 1%로 인하하는 방안과 장기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종부세 완화 순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부동산 세제 완화가 시장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 수요를 만족시키겠다는 MB정부의 의지가 읽혀지면서 강남권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수위원회가 하루가 다르게 상반된 부동산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강남권을 움직이는 요인이다. 8일 최경환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는 “양도세는 거래활성화와 직결된다”며 일부 부동산 세제 완화 움직임을 내비쳤다. 특히 양도세 완화가 가장 빨리 이뤄질 것으로 보여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다만 6억원에서 9억~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려던 종부세 과세기준 완화 계획에 대해서는 “연내에는 계획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인수위의 부동산 세제 관련 발언이후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선 안정, 후 활성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재건축·재개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재건축·재개발 완화 공약이 실현될 경우 가장 큰 수혜지역은 강남권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

특히 강남권은 재건축에 대한 개발 압력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단지 하나만 재건축이 결정되더라도 강남 부동산이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이할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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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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