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용돈을 올려주는 이유

해마다 용돈을 올려주는 이유

김지룡 외부필자
2008.01.16 12:14

딸아이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기 시작한 뒤 “용돈은 언제 올려주어야 하나” “왜 올려주어야 하나” “얼마를 올려주어야 하나”. 이런 것들도 고민거리였다. 내 몸값이 이유 없이 올라가지 않듯이 용돈을 올려주는 데도 무엇인가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용돈 인상에 방 정리를 잘할 것,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 조건을 불일 수는 없다. 이런 것을 용돈 인상의 조건으로 삼으면 아이는 서로 성질이 다른 것을 저울질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용돈을 더 받고 싶어서 억지로 공부하게 만들거나(돈 때문에 공부하는 체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공부가 하기 싫으면 용돈 인상을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용돈 인상에 조건을 붙일 수 있다면 용돈과 관계된 것이 좋을 것이다. 용돈기입장을 잘 썼다거나, 알뜰하게 용돈을 썼다거나, 용돈의 절반을 저축했다거나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모범적으로 해 내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이런 일을 스스로 정말 잘하고 있다면 경제교육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새해가 되면, 혹은 신학기가 되어 한 학년 올라가면 용돈을 올려주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왜 용돈을 주기 시작했는지, 용돈을 통해 아이가 무엇을 배우기를 바랐는지 생각해보면 자동적인 인상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왜 아이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용돈을 주면 아이가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 현명하게 소비하고, 사고 싶을 것을 참으며 자기 절제를 하고,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몇 달 동안 인내하는 훈련을 하고…. 이런 것이 직접적인 이유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기 전에 심리학 실험 두 가지를 소개해보자.

하나는 30여 년 전 3개월 된 갓난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아기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만 통제력을 주었다. 통제력이 부여된 아가들의 침대 위에는 투명 우산이 있었고 그 안에는 다양한 동물 모양들이 매달려 있었지만 아기들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머리를 돌릴 때마다 작은 전등이 커지며 춤추는 동물 모양을 볼 수 있게 했다. 아기들은 우연히 머리를 돌렸을 때 불빛이 들어오고 춤추는 동물 모양들이 나타나자 기쁨과 흥미를 보였다. 아기들은 머리를 돌려 동물 모양들이 나타나게 하는 법을 배웠고 불이 꺼지면 머리를 돌려 다시 불을 켜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기뻐했다.

또 하나의 집단은 일종의 ‘무임 승차’를 한 아이들이다. 통제력을 준 아기가 머리를 돌려 불이 들어오게 할 때마다 ‘무임 승차’한 아기의 침대에서 전등이 들어오며 춤추는 동물모양을 볼 수 있었다. 통제력이 주어지지 않은 ‘무임 승차’ 아기들은 처음에는 그것을 보고 기뻐했지만 이내 관심이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두 아기 집단이 다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기들의 끝없는 기쁨의 원천은 춤추는 동물 모양이 아니라 통제력이었다. 통제력을 지닌 아기들이 관심을 유지한 것은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었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했어. 정말 멋지지 않아?”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심리학 실험은 정반대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양로원의 노인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의 노인들은 직원들이 모든 일을 보살펴 주고, 다른 한 집단의 노인들은 식물을 배정해주고 물을 주게 하는 등 자신의 신변잡기 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다. 어느 집단이 더 오래 살았을까.

자신의 일을 책임지게 한 노인 집단이 평균적으로 몇 년 더 살았다. 게다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더 활동적이고, 더 적극적이고, 더 건강했다고 한다. 이 실험의 시사점 역시 인간에게는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갓난아기들에게도 노인에게도. 자기 삶을 통제하는 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용돈은 아이에게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는 돈을 주는 일이다. 자기 삶에 대해 작은 통제력을 갖는 것이다. 새해가 되거나 학년이 올라가면 용돈을 올려주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이가 한 살 더 나이를 먹은 만큼, 더 성숙해져 있을 것이므로, 용돈을 올려주고 생활의 통제권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단, 통제권을 확대해 주는 대신 책임도 늘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맞고, 아이도 나이와 용돈이 많아진 것만큼 더 성숙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책임을 늘려주는 간단한 방법은 용돈으로 처리할 항목을 늘리는 것이다.

처음 용돈을 줄 때는 대개 아이가 용돈으로 군것질 정도를 처리한다. 매년 용돈을 인상해주면서 아이 스스로 용돈으로 처리할 항목을 늘린다. 예를 들면, 비디오나 만화 빌리는 비용, 팬시용품을 사는 비용, 작은 장난감을 사는 비용 같은 것을 하나씩 추가해 나간다.

설사 그런 항목이 마땅하지 않더라도, 용돈은 인상해줄 이유가 있다. 예전 칼럼에서 “부모와 아이가 모두 편해지는 20% 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아이가 MP3처럼 고가의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 자기 용돈으로 물건값의 20%를 모으게 하라는 것이다. 아이는 나이가 한 살 한 살 많아지면서, 갖고 싶은 물건이 늘어나고 가격도 비싸진다. 20%룰에 맞추려면 모아야할 돈도 점점 더 많아진다. 20%룰을 적용하면, 매년 용돈을 인상해주어도, 아이가 낭비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만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용돈을 주는 것은 아이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기회와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점이 돈을 관리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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