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보다 못한 전방위 '규제'에 포위된 한국기업

남미보다 못한 전방위 '규제'에 포위된 한국기업

김진형 기자
2008.01.28 08:11

[비즈니스 프렌들리 코리아-1]기업 투자 발목잡는 규제와 준조세

[편집자주]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가 연초부터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친기업적인 정부'가 되겠다며 밝힌 이 한 단어의 파괴력은 현재까지 커 보인다. 연초부터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룹 자체적인 성장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새해 들어 만난 그룹 총수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확대 계획'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기업하기는 만만치 않다. 각종 규제와 준조세, 반기업 정서, 강성 노동조합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짚어본다.

#"현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은 육상과 근접해 있고 제한된 공간에서 짧은 기간내 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해양오염 우려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 관할기관에서 해양관리법상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 유추해석해 선박 또는 해양시설로 간주, 지나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업체들은 현행 폐기물관리법 등 적법절차에 따라 건조중인 선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으나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중복적으로 규제를 받아 일부 업체의 경우 벌금을 부과받고 있다."

#세계은행의 '2008 기업환경 보고서(2008 Doing Business)'에서 우리나라 2007년 기업환경 종합순위는 2006년(23위)보다 7계단 떨어진 30위로 평가됐다. 특히 기업투자와 직결되는 창업자유지수는 멕시코(75위), 러시아(50위)보다 한참 떨어지는 110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전경련 규제개혁추진단이 제안한 창업, 고용, 교역절차에 관련된 규제개혁 과제들만 제대로 추진해도 기업환경 순위는 15위로 도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공화국' 한국의 현 주소다. '작은 정부, 규제 완화'는 기업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정부도 항상 약속하는 공약이다. 하지만 지난 2002년 56만2000명에서 2006년 59만명으로 증가한 공무원 수에 비해 같은 기간 규제총수가 7723건에서 8083건으로 늘어났다는 정부 통계는 이를 무색케 한다.

우리 정부의 규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단순히 규제 건수가 많다는 점 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내용이 '불량'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른바 '불량규제'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나 행정간섭, 중복규제나 비현실적인 규제, 기준과 절차가 애매한 규제 등이 기업의 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경련의 규제개혁추진단은 5000여건의 규제를 일일히 점검한 결과 1600여건이 이같은 불량규제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계은행과 OECD도 모범 사례로 평가하는 '규제개혁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지만 최근 들어 증가하는 의원입법으로 규개위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규개위의 심사대상이 정부 입법으로 한정돼 있고 의원입법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 입법은 모두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게 돼 있지만 의원입법은 심사를 받지 않는다"며 "최근 입법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제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와 함께 준조세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문제다. 각종 부담금에 사회보험료, 행정요금 등을 더한 준조세 규모는 1997년 23조4251억원에서 2005년 62조9691억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연평균 13.4%의 증가율이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경상 GDP와 중앙정부 재정규모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6.5%와 7.8% 늘어났다. 우리 경제규모나 재정규모보다 준조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기업 등 민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지난 2002년 무분별한 부담금의 신증설을 억제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부담금관리기본법'을 만들었지만 부담금의 수는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징수실적은 크게 증가한 상태다. 기획예산처의 '2006년도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부담금 징수실적은 2001년 7조892억원에서 2006년 11조9534억원으로 68.6%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원은 "부담금 등 준조세 중에는 과도하거나 중복된 경우가 많다"며 "이는 고질적인 고비용구조를 만들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도권 공장은 취득ㆍ등록세는 3배, 재산세는 5배 등 중과세를 받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과밀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까지 내야 한다.

그런가 하면 현행 지방세법은 연구시설용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 등록세를 면제하고 재산세는 면제 또는 5년간 50%를 경감해 주도록 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연구소도 인구집중유발시설물로 분류해 과밀부담금을 납부토록 하는 등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은 건물 신축시 세금보다는 오히려 각종 부담금 때문에 더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와 준조세는 모두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규제도 결국 준수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비용이 커지면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기업에게는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던 사업, 규제 때문에 타산이 맞지 않아 나서지 못했던 사업 등이 많이 있다"며 "규제가 완화된다면 기업 내부에 유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