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빅히트]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떼 제네럴(SG)의 71억달러 손실 사고는 내부 통제 기능이 붕괴된 전형을 보여주는 최신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앙으로부터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
앞서 씨티그룹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UBS 등 유수의 대형 은행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은 금융회사의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오랜기간 안정을 유지하고 이 영향으로 수익성이 호전될 때 위험 관리 절차가 무시되거나 붕괴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메릴린치의 전 위험관리 본부장은 "사회적인 압력이 너무 크다. 때문에 훌륭하게 작동하는 위험관리 절차도 가차없이 내동댕이 쳐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환경이 안정적일 때, 위험관리를 통해 수익을 제한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저항이 강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위험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 손실과 충격은 돌이킬 수 없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한번의 사고로 회사가 망하거나 수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SG 사건의 경우 공동대표인 필리페 시턴은 한 악덕 트레이더(제롬 커비엘)가 사고를 쳤다고 비난했다. 주가지수 선물에 한도를 훨씬 초과한 베팅을 하기 위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기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시턴은 커비엘이 컴퓨터 시스템과 동료들의 감시를 교묘하게 피했다고 했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야 알겠지만 트레이더에 대한 위험관리가 엉망이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된 다른 은행들은 서브프라임이 포함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위험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들은 위험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새로운 위험 관리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일부는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모간스탠리의 최고위험 책임자(CRO)는 이제 최고 재무 책임자(CFO)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매주 열리는 위험관리 회의에는 모든 주요 트레이딩 부서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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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도 98년 채권 매매에서 10억달러 손실을 입은 이후 새로운 투자한도를 정했다. 장부에 포함된 투자자산이 90일 이내에 팔리지 않으면 강력한 불이익도 부여했다. 당시 CEO였던 데이비스 코만스키는 한달에 두번 혹시나 터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해 주의를 들어야했다. 위험관리 임원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길을 트기도 했다.
그러나 후임자인 스탠 오닐이 수익성 극대화에 치중하면서 위험관리는 소홀해졌다. 위험관리 책임자는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하나둘 위험 통제는 부실화됐다. 무리한 채권 투자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무시당했다. 급기야 메릴린치는 지난해까지 400억달러가 넘는 CDO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을 축적해 놓았다. 뒤늦게 막대한 손실을 입고 위험관리 부서를 격상시켰으나 오닐은 한달 후 퇴출당했다.
메릴린치이 신임 CEO인 존 테인은 지난주 "이전 위험관리 구도는 신용위험과 시장 위험을 분리시켰다. 두 위험은 서로 교환되는데 이를 분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메릴의 새로운 위험관리 책임자 노엘 도노호는 테인에게 직접 보고한다. 도노호는 전 골드만삭스 위험관리 책임자였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4분기 40억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 이 역시 위험관리를 무시한 잘못된 매매조치 때문이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손실이 커지는 CDO매매에 대해 관대한 위험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제 모간의 모든 매매는 신임 판매 및 트레이딩 대표인 마이클 페트릭이 관리한다.
씨티그룹도 위험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CDO의 위험이 겉잡을 수 없을 때까지 커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씨티는 CDO 등의 손실로 200억달러 이상을 상각했다. 지난 10월 씨티의 최고재무 책임자(CFO)인 게리 크리텐덴은 "신용 위험팀과 시장 위험팀의 기능은 필요한 만큼 강하지 않았다. 이들 팀이 일하는 방식이 보다 통합되고 종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주기로 위험관리 실종과 이로인한 대규모 손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월가에서는 인간의 정신세계까지 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UBS의 전 IB 담당 대표였던 켄 묄리스의 말이다. "최근까지 모든 IB들은 뛰어난 위험 관리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믿었다. 컴퓨터 모델은 시시각각 진보했고 위험 분석도 날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 모델과 분석 기법들은 위험의 정도를 평가하는 인간의 판단과 능력을 무시했다"
관계자들은 묄리스는 회사의 위험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않은 문제가 있었다며 (이같은 의견충돌 결과) 지난해초 UBS를 떠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객들의 대출을 승인해주고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부상 1조달러에 달하는 UBS 자산에 대해 종종 물었지만 기대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UBS는 서브프라임 손실로 140억달러를 상각했고 증자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