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 끝에 전해진 ‘숭례문’의 비보에 대한민국 국민은 망연자실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유산, 국보 1호의 안전관리가 어쩌면 저리도 허술하였던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경 한편으로, 어떻게 후손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전시행정과 관리 소홀이 맞물린 대표적인 인재(人災)로 평가되는 이번 비극은 섣부른 정책결정과 책임의식 부재가 낳을 수 있는 결과와 국민적 고통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마지막까지 국민들에게 교훈의 유산(遺産)을 전수하고 있다.
그러나 유산은 유산일 뿐인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에서도 섣부른 정책결정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국민영양과 건강에 관련된 분야다.
식품영양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먹을거리’ 정책을 들여다보니 놀라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차기 정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인 농식품산업이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 품질관리가 일관성 있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라 '농림부'를 '농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농림부의 외청으로 국가의 식량생산과 농업선진화를 주도해 온 농촌진흥청을 출연기관화하여 연구 효율화를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농업·농촌분야의 연구가 단기간의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인지, 또한 장기간의 연구를 유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민간영역의 수요가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차기 정부가 추구하는 농식품 산업정책이 성공하려면 농산물 즉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유지, 발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농촌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과 농촌 거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농업·농촌에 대한 연구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민간에 이양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는 단순히 농업·농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외국 농산물과 식품에 내어줌으로써 식품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는 한편 우리의 식량 자급률을 급격히 하락시키는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결국 농촌·농업 연구의 특성을 무시한 민간이양은 국가경쟁력의 기본인 국민의 영양과 건강에 지대한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향후 전개될 식량자원의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농업선진국에 종속된 열위에 놓이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오늘날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대부분이 농업분야에 있어서도 강국으로 농업연구를 국가에서 책임지고 있다. 그들 국가가 나라경제를 경시해서 그러는 것이 결코 아니며, 인간의 삶의 기본인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나라 경제를 굳건히 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결국 농업연구는 국가기관에서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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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등에 업은 제17대 정부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민의 ‘먹을거리’ 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이를 추진할 ‘조직 구성정책’의 방향이 적정한지 새 정부 출범 전에 진지한 검토와 정책수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