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가 지역경제 활성화 묘약?

카지노가 지역경제 활성화 묘약?

지영호 기자
2008.05.06 12:30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전국은 지금 카지노 유치 경쟁

국내 카지노 허가를 두고 지자체와 중앙정부간에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특별한 세수가 없는 각 자치단체는 정선처럼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만들 수 있도록 허가를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카지노의 중독성을 ‘강원랜드 이펙트’를 통해 충분히 학습한 만큼 또 다른 내국인 카지노를 허가하는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 민의를 대변하는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카지노 건립에 대해 적극적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해 라스베이거스의 매출을 능가한 마카오를 예로 들며 자본의 논리를 펴고 있다.

◆카지노 유치 논란에 휩싸인 제주

현재까지 카지노 유치를 계획하거나 검토중인 6~7개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제주도특별자치구다. 이미 8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용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팔을 걷어붙였다.

18대 총선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증가를 위해 관광객 전용 카지노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김우남 통합민주당 의원은 “연간 제주를 찾는 550만명의 관광객 중 50만명만 외국인이다 보니 제주도의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수입도 줄어드는데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미흡한 상황”이라며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인프라 구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전체 50%의 지분을 제주도가 20%를 도민주로 출자해 수익의 70%를 제주도가 소화하고 기존의 8개 카지노 업체와 외자 유치로 30%를 충당하는 구상안을 내놓은 상태”라며 “강원랜드의 연 3000억원 수익을 기준으로 할때 해마다 제주도에 2100억원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의원이 내놓은 구상안에 따르면 항공권 등 관광객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통해 카지노의 출입을 허용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카지노에 빠지지 않도록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70%의 ‘제주도 및 우호 지분’이 지역 경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도민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카지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연합을 통해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객 전용 카지노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신이 당선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총선을 통해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던 제주도도 공론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전망이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4월15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관광객 전용 카지노의 설치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제주도 관광협회의 카지노 용역과 공청회를 통한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10월까지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지사는 또 “카지노의 부정적인 인식을 최소화 하는 것이 카지노 유치의 성패요인”이라며 “10월까지 결론날 수 있도록 도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팽팽

물론 카지노 설립에 대해 ‘불가론’ 내지는 ‘신중론’의 목소리도 크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카지노의 중독성을 이유로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지금까지도 사회문제로 남아 있는 정선 강원랜드 신불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개장한다는 것은 ‘한국을 도박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중앙정부의 불가방침에도 불구하고 도의 막강한 권한을 앞세워 카지노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제주에 경마장이 들어선 후 경마를 즐기는 사람의 90%가 제주도민으로 조사됐으며 최근 1000가구 이상이 패가망신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도민의 출입제한으로 지역 문제를 회피하려 하고 있지만 역차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도는 도민의 출입제한이라는 카드를 통해 카지노의 위해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본회의에 참여한 강철원 도의원도 “카지노가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기는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카지노 산업을 유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내국인 카지노가 제주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관광객 카지노 유치에 찬성하는 김도웅 도의원도 “제주도는 카지노 불가방침을 세운 정부를 어떤 식으로 설득할 지에 대한 방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이 유치경쟁... 정부는 ‘불가’

김태환 제주지사의 발언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강원랜드가 테이블 수를 늘려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것을 비롯해 전북의 새만금 지역, 인천의 송도경제자유구역, 전남의 제이프로젝트, 경남의 남해안 프로젝트 등 전국이 카지노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와 평택시는 평택항 일대 황해경제자유구역 내에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송명호 평택시장 일행은 3월 마카오의 샌즈카지노를 둘러보고 평택항 인근에 카지노 시설을 갖춘 대규모 위락시설에 건립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김 지사를 포함한 대표단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카오를 모델로 삼고 카지노 사업 유치에 대한 투자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지역경제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경기개발연구원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전남도 해남ㆍ영암 기업도시 추진을 위해 호텔안에 한시적 내국인 허용 카지노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내국인 출입이 아니어도 좋다며 인천시와 대구시, 경남ㆍ북도 등은 외국인 카지노 유치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인천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 외국인 카지노 건립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덕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서비스산업팀 전문위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카지노 설립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5억달러의 투자자금보다 3000억원의 투자가 선행됐을 때 신청이 가능한 조항때문에 외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금액이 다소 완화된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이 6월8일부터 발효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외국인에 국한된 카지노가 갖는 수익성 문제와 선 투자금 회수를 못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수익률이 극히 낮거나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시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경주보문관광단지에 외국인 카지노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소극적이다. 4월 초 제주를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민의 합의와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사행산업인 카지노 건립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며 “외래 관광객 60만명 이상 증가와 수급상황을 고려해 허가 계획을 발표하게 돼 있지만 이도 외국인 카지노 허가에 한한다”고 불가방침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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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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