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B정부 '숫자' 유감

[기자수첩]MB정부 '숫자' 유감

최중혁 기자
2008.08.26 09:13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도 숫자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747' 공약에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2080 평생학습 플랜, 비핵개방 3000 등 주요 정책 목표마다 숫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아마도 국민들에게 정부 정책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일 테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된 경우도 자주 본다. 최근 발표한 '577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올림픽에 묻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577전략'이란 연구개발투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하고, 7대 기술분야를 중점 육성해 과학기술 7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5%라는 숫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최초 제시한 숫자다. 불과 8개월전 노무현 정부는 이 숫자를 3.5%로 제시했지만 정권이 바뀌어 5%로 갑자기 껑충 뛰었다. 투자를 많이 하겠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과 방법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를 추산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접근 수순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은 반대로 접근한다.

5%라는 고정불변의 숫자를 상정해 놓고 이를 맞추기 위해 정부투자는 물론 민간투자까지 역산해서 맞춰 들어간다. 대내외 여건이 악화돼 5% 성장도 쉽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목표를 조금 의욕적으로 잡는 것도 저희가 할 일"이라는 희한한 대답이 돌아온다. 제시한 대책도 공약 때 나온 '세액공제 7%에서 10%로 확대' 말고는 모두 추상적이다.

공무원들에게 기업 수준의 창의적, 능동적 업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조 단위의 예산을 운영하면서 최소한 민간에서 맡아줘야 할 규모, 구체적인 로드맵 정도는 제시해 줘야 정상 아닌가.

공약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자료를 반복해서 생산해 내는 것은 무능력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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