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서비스 긴급 점검에 들어갑니다"
'클리셰(cliche)'라는 말이 있다. 인쇄할 때 사용되는 연판(鉛版)을 뜻하던 프랑스어다. 흔히 진부한 표현을 일컬을 때 사용되는 말이다.
포털 업계에서 '긴급 점검'이라는 표현은 이미 클리셰의 영역에 들어선 지 오래다. 그래서 서비스 오류에 대한 해명임에도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오류를 일단 덮고 넘어가자는 얄팍한 '수'로까지 읽힌다.
최근 어김없이 이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 18일이었다. 포털 업체 드림위즈 e메일 서비스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먹통'이 됐다. 그러자 '예상대로' 드림위즈는 "메일 서버 긴급 점검 및 정비에 들어간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긴급하게 이뤄질 것 같던 점검은 이틀이 지나서야 끝났다. 영문을 알지 못하던 이용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물론 중간중간 오류의 원인을 밝혔지만 미덥지 않았다. 그나마 일부 오류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포털 업체 전반적으로 '긴급 점검'이라는 미명 아래 서비스 오류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네이버 카페가 신종공격을 당했을 때도 네이버는 공지를 통해 "긴급 점검으로 인해 카페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며칠 뒤 오류의 원인이 10대 해커의 신종공격에 따른 것임이 드러났다.
당시 최휘영 NHN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격을 당했다고 발표하는 순간 다른 사이트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었다"고 말했지만 명쾌한 해명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포털 업체들의 '긴급 점검'은 수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언제든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 점검에 나서는 포털 업체들의 모습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류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고 일단 '급한 비부터 피하자'는 포털 업체들의 인식은 변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포털 업체들의 인식부터 '긴급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