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다이아몬드와 부동산 시장

[MT시평]다이아몬드와 부동산 시장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2008.12.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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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조차도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적정 가격을 계산하려는 시도다. 적정 주가, 적정 학원 수강료, 적정 분양가, 적정 아파트 가격, 적정 환율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기야 경영학의 투자론에서는 주식의 기본적 또는 본원적 가치를 계산하고 있고, 그 사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적정 주가를 제시하는 기업분석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시대의 전설인 워런 버핏이 제안해왔던 기본적 투자 역시 마찬가지의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의 청산가치를 하회하면 주식을 매입하라는 투자 원칙이 바로 기본적 투자의 핵심원리 중 하나다. 그러나 문제는 청산가치라는 것은 기업 파산시의 적정가격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버블의 크기를 계산하려는 끊임없는 도전도 마찬가지다. 버블은 특정 자산의 시장가격이 기본적 또는 본원적 가치를 상회하는 크기로 정의된다. 결국 이 경우에도 기본적 가치나 본원적 가치가 필요하다.

적정 가격을 계산하려는 시도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상품의 적정가격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은 경제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사실 이 논란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혼돈함으로써 생겨난 것이고, 이 혼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아담 스미스가 제기했던 다이아몬드와 물의 역설이다.

물은 삶에 본질적인 반면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에 불과한데, 왜 다이아몬드는 물보다 더 높은 교환가치를 가져야 한단 말인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물과 이 세상의 모든 다이아몬드를 모아 놓고 선택을 하라 하면 모든 사람들은 물을 선택할 것이다. 생존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 한잔과 다이아몬드 한 줌을 놓고 선택하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후자를 고를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한계효용, 희소성, 또는 수요와 공급 등으로 접근하여 해석한다. 쉽게 말하면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는 그 공급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물보다 희소하고, 그 한계효용도 크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수요와 공급을 알 수 있다면 적정가격도 계산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못하다. 공급은 일정한 생산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제한이 따르지만 수요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문제는 바로 수요가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과 기대에 크게 의존한다는데 있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1994년 러시아 금융업자 매브로디가 설립한 MMM이라는 회사다. 당시 이 회사는 러시아 내에 140개 사무실 외에 어떤 형태의 생산활동도 하지 않았고 실물자산도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브로디는 연간 3000%의 수익을 주주에게 약속했다. 기본적 투자원칙을 따른다면 이 회사의 청산가치는 0과 다르지 않았고 무한대의 주식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매브로디의 약속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주식은 끊임없이 팔려나갔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왜 그랬을까? 주식을 매입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사람들이 기대했고 또 실제로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수요는 무한히 팽창해가며 주가 역시 거침없이 상승했던 것이다.

최근 마이너스 거품이라 부를 수 있는 부동산시장의 위기가 국민들의 삶을 다시 어렵게 하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에 한껏 부풀려졌던 수요가 이번에는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심에서 시작되어 거듭되는 실망으로 이어지며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야성적 판단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거래 촉진, 세율 변경, 규제 완화 등의 각종 미시적 정책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교란이 실물경제 위축과 금융시스템 불안, 그리고 국민경제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상실에서 비롯한 만큼 실물경제 회복과 금융시스템 불안 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처방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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