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실거래가상환제'의 앞과 뒤

건강보험 '실거래가상환제'의 앞과 뒤

최은미 기자
2008.12.26 09:30

[환율쇼크, 수술대란오나]<3. 끝>복지부의 황당한 대응논리

환율급등에 따른 수술재료의 상승분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는 건보당국과 의료계의 이상한 가격정책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실거래가상환제도'다. 이 제도는 의료기관이 정부가 정해놓은 상한선에서 도매업체로부터 치료재료를 구입한후 실제 거래한 가격을 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받는 것을 말한다.

상한선이 1000원으로 책정된 수술재료가 있다면 999원까지는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치료재료의 원가가 800원이더라도 999원에 거래하고, 199원은 도매업체와 병원이 나눠먹는 관례가 형성돼왔다. 이른바 의료계에 팽배한 특별이익금(리베이트)의 원천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 제도는 1999년에 도입됐다. 이전에는 실제 구입한 가격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놓은 가격만큼 환급해주는 고시가제도를 채택됐다.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고시가보다 싸게 구입하고도 차액만큼의 부당이득을 취한다는 이유로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도입했으나 똑같은 병폐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환율변동에 따른 수술재료 가격 급등과 관련,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료재료 상한가 결정에 환율변동을 일일히 적용시키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에는 그동안 도매업체와 의료기관이 부당이익을 챙겨왔으니 당장의 적자는 감수하라는 속내가 깔려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험에 적용되는 치료재료의 실거래가는 원가와 상관없이 정부가 정해놓은 상한가의 99.9%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며 "이렇게 얻은 이익을 업체가 의료기관에 리베이트 형식으로 제공하며 암암리에 두기관이 '윈윈'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환율이 낮았을때 신고되는 실거래가도 낮았어야 했다"며 "그때는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해 상한가에 근접한 가격을 신고하다가 이제와 환율을 탓하며 상한가 자체를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담당자의 이같은 멘트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당국이 부당이득을 알면서도 눈감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도매상과 의료기관이 부당이득을 향유하는 것을 알면서도 건보재정을 낭비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를 둘러싼 후진적인, 부패한 가격정책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에서는 리베이트를 뿌리뽑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뒤로는 그래 어느정도의 관행은 이해하고 눈감아줄테니 정도껏 하라는 식이 아니냔 말이다.

현재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치료재료는 7900여품목이다.

실거래가상환제도 도입 10년을 앞두고 복지부가 뒤늦게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건강보험법 전부개정법률안'에는 약제나 치료재료 업체가 거짓자료를 제출해 상한가격이나 판매가격을 높이는 행위를 제재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 의료기관이 도매업체로부터 치료재료을 싸게 살 경우 깎은 금액의 최고 90%까지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도 고려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싸게 살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대신 싸게 산 만큼 상한가를 인하해 '진정한 원가'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 인하를 우려하는 업계의 반대에 직면,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복지부는 당장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도래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가한 대답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급차질이 빚어질 정도라면 개별적으로 인상을 검토하는 치료재료 조정신청제도가 존재한다"며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쳐 일부 조정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보건당국의 공복이 맞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