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위헌"(상보)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위헌"(상보)

강미선 기자
2009.01.13 17:06

거래소 독점 사업자 아냐…공기관 지정시 주주 기본권 침해

증권선물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관한 법리적 쟁점'을 주제로 13일 열린 증권법학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거래소는 주식회사로서 모든 주식을 민간이 갖는 순수 사기업이므로, 공공기관 지정대상이 아니다"라며 "공공기관 지정행위 자체에 위헌성이 있고, 지정될 경우 그 근거인 공공기관법 해당조항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거래소가 독점적 사업자고 방만 경영을 한다는 이유로 공공기관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22일 공공기관 운영위를 열어 공공기관 신규 지정을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패널들은 위헌성, 현실적 폐해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공기업 지정 논리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거래소 독점적 사업자 아니다"=공공기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려면 정부가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가져야 한다. 또는 정부 위탁업무나 독점적 사업 수입액이 총수입의 50%를 넘어야 한다.

거래소는 28개 증권사와 11개 선물회사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지분만 보면 공공기관 지정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음 쟁점은 거래소가 독점적 사업을 하는지 여부다. 정부도 이 부분을 공기관 지정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독점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호경 한양대 교수는 "유가증권(주식·채권) 거래 중 장외거래가 전체의 42%를 차지하는 등 시장 이용 강제가 없어 장외거래가 가능하고, ECN과 증권업협회의 장외거래시장(프리보드) 개설 등 경쟁시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시장개설에 대한 법령상 독점권을 가질 뿐 시장이용에 대한 강제가 법령상 부여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공기업 지정되면 주주이익 침해"=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주주이익이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헌법상 경제질서에도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임재연 성균관대 교수는 "거래소를 공공기관화하는 것은 주주와 법인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기업은 주주중심 경영, 기업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반면 공공기관은 공익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경영정책이 정부에 따라 결정되고 공익 달성을 위한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공공기관 임원은 정부가 임명하는데, 이 경우 주주들의 임원 선임권·재선임권·해임권 등 의결권이 무의미해져 재산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원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및 대통령 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다.

◇"자본시장 경쟁력 훼손 우려"=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보수적 운영으로 자본시장 발전은 물론 국제 경쟁력도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선진 자본시장의 조건은 정부 관계자 등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말에 얼마나 책임을 지느냐"라며 "정권 초기 '비즈니스 프랜들리'가 지금은 '캠프 프랜들리'가 됐다"며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역행에 쓴소리를 던졌다.

OECD 가입국 중 정부가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슬로바키아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거래소 경영에 관여한 사례는 없다.

지난해 말에는 파이낸셜타임즈가 한국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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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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