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요건 등 헛점 발견..당국 "연내 제도 개선안 마련"
"하루에 회의 세 번 했다고 '거마비'를 세 번 받아간다고…"
사외이사들의 경우 통상 각종 회의가 있으면 회사에서 교통비조로 30만~50만원씩을 제공한다. 여러 날에 걸쳐 있는 회의를 하루에 몰아 진행하면 상식적으로 한번의 거마비를 받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씁쓸한 일이 일부 금융지주에서 벌어졌다. 이 관행을 개선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사외이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운용의 묘 살려라"= 감독당국이 최근 기업경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활성화된 사외이사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선 결과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국민은행 시절부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주목받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경우 사외이사 추천 권한이 사외이사들에만 있다. 사외이사의 선임과 연임을 자신들이 결정하는 셈이다. 임기가 3년인데 서로 밀어주면 최장 9년까지 할 수 있다. 다른 지주사는 사외이사의 연임 임기가 1년 단위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일부 인사에 편중돼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들의 대우와 처우를 결정하는 평가보상위원회도 사외이사들로만 운영된다. 통상 사외이사의 처우는 회사에서 경영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함에도 이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하는 구조다.
감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경영진과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사외이사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들이 스스로를 제재할 수 있겠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배구조는 한 기업의 역사의 산물이고 각기 달라 가장 효과적인 지배구조가 무엇인지 정답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인 만큼 자기통제와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내 미비 사항 보완"= 감독당국도 사외이사제도에 문제점이 많다고 보고 전반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연내에 확정키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특별검사에서 사외이사 제도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연내에 관련 법을 수정해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사외이사의 자격요건. 금융지주회사법 38조와 시행령 17조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등과 대출거래가 있는 기업과 특수 관계에 있는 등 특정 거래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대출거래가 있다고 사외이사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 기업인의 경우 은행과 대출거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은행에 전수하는 것이 원천 차단된다.
금융지주사법 40조와 시행령 19조 역시 문제다. 여기에서는 '금융지주회사’와 매출 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단일 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총액이 자본금의 10% 이상인 법인의 상근 임원직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금융지주회사와의 거래로 한정해 놓고 있어 자회사인 은행이나 보험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경우 적용이 어렵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요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법 개정과는 별도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드시 검증해야 할 목록을 만들어 개별 금융회사가 반드시 점검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가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사례 등을 열거할 계획이다. 특히 사외이사와 해당 금융회사 사이에 거래가 일어날 경우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거래 내역이 공개된다면 사외이사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와 은행이 모두 참여하는 대책반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대책반에서 사외이사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