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길이 열려야 하는 이유

금강산 길이 열려야 하는 이유

지영호 기자
2009.03.05 11:38

[머니위크][기자수첩]

"금강산 관광사업이요? 돈 안 되는 것 잘 아시잖아요."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가 요원해 경영이 무척 어렵겠다는 기자의 우려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업 관점에서는 이미 버렸어야 할 사업"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그룹 내에서 금강산 사업은 규모와 수익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아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은 상선이 도맡아 하고 있고,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10%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관광 중단 7개월 만에 1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만 따르자면 현대그룹은 금강산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또 다른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룹의 역사다. 대북경협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서부터 고 정몽헌 회장의 인생을 건 사업이었고, 지금은 현정은 회장이 시아버지와 남편의 뜻을 잇는 '현대가의 적통'이 달린 사업이다.

그런 금강산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4월이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다고 사장이 나서서 읍소를 할 정도다. 대북 관광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개하기 어렵다. 현대아산이 조바심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실 분위기는 거꾸로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북 선전용 전단지 살포로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고, 북한은 당장이라도 미사일을 쏘아 댈 듯한 움직임이다. 통일부는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청와대는 지지층의 손만 들어 주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 정주영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현대그룹에서 풍운의 꿈을 키웠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장사와 정치와 창업자의 숙원이라는 복잡한 코드가 얽혀 있다. 어느 한가지 측면만 부각시켜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여러 코드를 모두 담는 코드도 있다. 바로 국민의 통일염원이다.

현대가 이번 난국을 잘 견뎌내고, 극적인 돌파구를 찾아 금강산과 개성으로 가는 길목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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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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