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500억원에 시큰둥한 이유

[기자수첩]3500억원에 시큰둥한 이유

장웅조 기자
2009.03.06 07:00

"솔직히, 정부지원금 필요없어요. '눈먼 돈' 돌아다니면 사기꾼들만 늘어날 뿐이고, 정부가 그걸 제대로 집행할 것이란 믿음도 없어요."

정부가 2012년까지 게임산업에 35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발표에 대해 어느 게임업체 관계자가 던진 한마디다. 1년에 900억원 꼴이나 되는 정부 지원금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법도 하지만, 웬일인지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안도와 줘도 되니 방해만 하지 말라" 목소리 일색이다.

업계는 지원책 마련보다는 비합리적 규제의 해제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가령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같은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주로 밤에 영업하는 PC방들은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의 상황은 좀더 심각하다. 한국의 모든 게임은 등급심사 없이는 유통이 불가능한데, 이 종류의 게임에 대해선 심사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수출용으로만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규제가 시장의 형성 자체를 막아버린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현실을 정부가 되려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인터넷 규제를 확 풀어준 나라"라며 "그간 IT 기술개발에만 정신이 팔려 나머지를 보완하지 못해 엉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우리보다 인터넷 규제가 강한 '선진국'은 들어본 적이 없다. 가령 등급심사를 이유로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닫아 놓은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 유난히 복잡한 등급심사 탓에 같은 게임이라도 두 달은 더 기다려야 출시되는 곳이 한국이다. 셧다운제를 도입한 태국이나 중국을 '선진국'이라 부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면, 그의 인식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유 장관은 4일 "역대 장관 중에 몇 명이나 이렇게 업체들 많이 만나고 쫓아다녔느냐"며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믿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문제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여전히 다져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가 된 건 아닐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