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씨티를 믿어야 하나

[뉴욕전망]씨티를 믿어야 하나

엄성원 기자
2009.03.11 16:20

미 투자자들은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씨티그룹의 호언장담을 믿어야 할지이다.

씨티는 지난 두달간 1년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비크람 팬디트 씨티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에 따르면 씨티는 1~2월 19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83억달러의 세전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말 현재 씨티의 증권 및 금융관련 위험자산은 1120억달러로 2007년말의 2260억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매출과 영업익은 늘고 부실 자산은 반감됐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대마불사' 논리를 펴며 씨티를 측면 지원했다.

뉴욕 증시는 때 아닌 회복과 안정 메시지에 광분했다. 다우지수가 5.8%, S&P500지수가 6.4% 각각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도 7.1% 뛰었다. 씨티의 주가는 40% 가까이 폭등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씨티의 적자 행진이 이번 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씨티가 1분기 주당 17센트를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 역시 '주당 74센트 순손실'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씨티의 연내 흑자 전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팬디트 CEO가 이날 전한 실적에는 씨티를 이번 '신용위기의 주범'이 되게끔 만든 자산 상각 등 일회성 항목이 빠져 있다.

금융공룡 씨티를 위기에 빠뜨린 주택시장 불황과 이어진 신용 경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씨티가 이번 분기 주택 대출 관련 손실과 신용카드 체납을 딛고 흑자를 기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위험 자산이 반감됐다고 말하곤 있지만 씨티는 여전히 여타 은행들에 비해 서브프라임 대출, 자산담보부증권(CDO),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증권(MBS) 등 이른바 위험 자산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결국 씨티가 믿을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450억달러를 씨티에 쏟아부었다.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정부 입장에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38% 주가 급등이라는 이날 씨티가 주식시장에서 기록한 화려한 성적 역시 겉보기만 그럴 듯할 뿐이다. 1.05달러에서 1.45달러로 뛰었을 뿐이다. 씨티 주가는 미국 담뱃값도 안된다. 잘 나가던 2007년 씨티 주가는 55달러를 웃돌았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전일의 급등세가 진정한 신뢰 회복에 의한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개장 전 미 모기지은행연합회(MBA)의 모기지 신청지수가 발표된다. 장중에는 2월 재정수지가 공개된다. 블룸버그통신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1월의 1756억달러에서 지난달 2050억달러로 확대됐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장 전 내셔널세미컨덕터와 스체이플스, 아메리칸이글(AE) 등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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