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입이 20% 정도 줄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치과위생사들 월급 주기도 어려워질 것 같아요."
서울 근교에서 교정 전문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의사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그의 병원은 근처에서 꽤 유명하다. 한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병원을 운영하며 단골손님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경기침체에 환자가 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같은 치과라 해도 미용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치아교정'은 상한 이를 치료하는 '보철' 보다 경기에 훨씬 민감해 더 걱정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병원 이용이 감소하면서 동네 약국과 병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약국과 병원 등의 진료량을 추정하는 지표인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실적이 지난 2월 크게 떨어진 것.
경제가 어려워 사람들이 그만큼 진료를 덜 받고 있다는 뜻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건강보험 재정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1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 건보재정은 3155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 만의 흑자전환이다. 누적 흑자규모는 2조3829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월에는 건보 재정이 1944억원 적자였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보다 지출 증가 요인이 더 많다. 건강보험료율이 사상 최초로 동결돼 그만큼 건보료 수입이 늘어날 여지가 줄었다. 실업자 증가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수가 감소할 수도 있다.
반면 올해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가격(수가)은 2.2% 인상됐고 지난해 12월부터 임산부 산전진찰비도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보장성도 높아져 돈 쓸 곳은 많아졌다.
그런데도 지난 2월 흑자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급여비 청구액이 전달보다 3000억원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는 약국이나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비를 청구한다. 따라서 보험급여비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진료받은 환자가 줄었다는 얘기다. 이중에서도 요양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지급을 요청한 급여비 청구액이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동네 병원(의원)과 약국 치과 등도 보험급여비 청구액이 두드러지게 줄었다. 약국 청구액은 5982억원으로 전달보다 6.69%%(430억원) 감소했다. 의원급은 5422억원을 청구해 4.32%(245억원) 줄었다. 치과는 치과병원이 5.39%(2억원), 입원시설이 없는 치과의원이 8.05%(56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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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액수는 200만원으로 작지만 조산원의 감소율도 9.02%로 컸다. 의원보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과 병원의 청구액은 0.35%(25억원)와 1.48%(41억원) 증가해 사정이 좀 나았으나 평소 고령화 등으로 청구액이 소폭씩 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저조했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고 암, 당뇨병 등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병원과 병원의 청구액은 계속 늘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은 미미한 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병원을 덜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 추세를 볼 때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소폭 호전이 예상되지만 보험료 징수율, 보장성 강화 영향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