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을 위해서라면 유가가 좀더 올라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한 수출 당국자는 1일 3월 수출 실적을 발표하면서 "유가 하락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수출이 20% 이상 줄었음에도 사상 최대 무역흑자가 가능했던 것은 유가의 도움이 컸다. 원유 도입 단가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체 수입액을 크게 줄였다.
그러나 수출 역시 낮은 유가 때문에 회복이 더딜 수 있다. 너무 높은 유가도 경제를 옥죄는 요인이지만 유가가 낮게 유지돼도 좋지만은 않다.
우선 유가 하락은 산유국 경기를 둔화시켜 우리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대(對) 중동 수출은 35.1% 증가했다. 대 중남미 수출이 28.8%, 대 러시아 수출이 20.5% 증가하는 등 자원 부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 증가율 13.6%를 크게 상회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들 자원부국을 선진국을 대체할만한 수출시장으로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수출 실적에서 중남미와 중동 시장의 비중을 합하면 14.1%로 결코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북미 시장의 비중 12.0%를 웃돈다.
올들어 대 러시아 수출이 54.2% 감소하고 대 중남미 수출이 16.5%, 중동 수출이 12.9% 줄어드는 등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수출 품목별로도 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이 올들어 40.6% 급감했다. 지난해 석유제품은 수출이 연간 56.8% 증가하면서 선박류(55.4%)를 제치고 수출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또 유가가 하락하면 국내 업체의 원유 시추선 및 해양 플랜트 수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높은 원/달러 환율로 국제 유가 하락세를 충분히 체감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고환율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국의 화폐 가치가 올라간 국가는 당장 물가가 내려가 좋겠지만 수출 감소라는 쓴 맛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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