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8년간 패션, 화장품 등 소매업종을 담당했던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전기가스 종목 분석을 추가로 맡았다. 기존에 맡았던 섹터와 판이해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담당자가 빈 섹터는 남은 사람들이 나눠서 모두 맡고 1인당 커버리지(종목분석)를 최대한 늘려야하는 분위기가 자의반 타의반 형성됐기 때문이다.
"요즘 증권사 사정 다 아시잖아요. 인력도 줄이고, 연봉도 많이 깎고…. 의도치 않게 더 부지런해질 수 밖에 없어요."
지난해 증시 한파로 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도 바빠졌다. 줄어든 인력 탓에 상대적으로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커버리지를 넓혀 본인의 역량을 키운다는 점에서는 나쁠 거 없죠. 하지만 리포트 작성 등 절대적인 업무량이 늘어 깊이 있는 분석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더구나 요즘 같은 상승장에는 뜨는 종목이나 업종을 갑자기 던져주면 더 부담스럽죠."(B증권사 애널리스트)
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년 전 잠시 분석했다가 손을 뗐던 휴대폰업종을 최근 다시 맡았다. IT 업종이 상승장에 다시 주목을 맡으면서 기존 업종에 휴대폰부문을 추가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뜨는' 업종을 맡게 되면 공들인 만큼 성과가 바로바로 나타나 보람도 있다. 하지만 시황에 따라 그때 그때 짜 맞춰 보고서를 쓰고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고 그는 전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부담스러워지면서 덩치가 작은 업종이나 종목은 보조연구원(RA)에게 맡기는 증권사도 있다. 주로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에 이런 경우가 많다. RA는 간혹 개인 이름으로 보고서를 내더라도 기존 시니어 연구원들의 업무 보조도 병행해 일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년밖에 안된 RA가 보고서를 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능력이 있는 주니어급 연구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가끔 함량 미달 보고서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황기 눈물밥, 눈치밥 먹기는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