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기고]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황성룡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수석컨설턴트
2009.06.15 11:03

슈퍼부자들의 부동산 선호현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릴 때라고 생각한다.

메릴린치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부자 보고서 2008'에 따르면, 한국 고액순자산보유자(HNWI=High Net Worth Individual: 주거지와 소비재를 제외하고 최소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는 2007년 말 현재 1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9% 늘었다.

이같은 증가율은 인도(22.7%), 중국(20.3%), 브라질(19.1%)에 이어 세계 네번째로 높은 것이어서, 부의 집중화 현상이 해마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HNWI의 자산 배분은 부동산 비중이 40%에 달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높았으며, 주식 비중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2006년 13%에서 지난해 20%로 늘었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33%)보다 낮았다. 반면, 아태지역의 HNWI는 부동산 비중이 높은 우리와 달리 채권(21%)과 현금·예금(25%)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고액순자산보유자의 자산이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국경제가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를 거쳤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집에 대한 소유욕과 그로 인해 내집마련이 모든이의 목표가 되다보니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과 미국의 예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에 부동산시장 급등이 막을 내렸다. 왜 1990년인가.

부동산시장의 가격 변화는 그 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이 깊다. 그 나라 인구구조상 40대~50대 인구비중이 가장 높을 때 부동산 시장은 상승행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40대~50대에 더 큰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소유할 능력이 가장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당시 군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였고 이후 10년간 2148만명의 신생아가 출생하였다. 이 시대에 탄생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는데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건강하게 자라게 된 이 시대에 태어난 인구의 비중이 이후 일본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 덕분에 1970년대~1980년대 일본 경제와 일본 부동산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게 되었는데 1990년 이들 세대가 50대 나이를 마무리하기 시작하면서 일본경제 및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은퇴시기가 다가오면서 소득이 줄고 집에 대한 소유욕과 매수력도 약화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많이 있겠지만 이렇듯 인구학을 활용한 부동산시장 예측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7년부터 10년간이 베이비붐 세대이다. 이들이 40대~50대로 미국사회에서 인구비중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미국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였고 이들이 50대를 마무리 하기 시작하자 미국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야기된 미국경제 추락의 원인에는 바로 인구학적 구성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 휴전 이후인 1956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이다. 이들 세대가 40대~50대로 한국사회의 중추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들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다면 일본과 미국의 예에서 보듯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의 부자들도 자산배분시 부동산비중을 줄여나가고 대신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자산을 늘려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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