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문제만 해결되면 한국투자 기업 봇물"

"노조문제만 해결되면 한국투자 기업 봇물"

대담=유승호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정리=최석환 기자
2009.06.23 09:10

[머투초대석]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취임 후 매출 2배이상 급성장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도레이새한을 이끌고 있는 이영관 사장(62)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외자유치 성공기업으로서 자부심이 강하다.

사명(社名)이 다소 낯선 도레이새한은 세계적 첨단소재 기업인 일본 도레이와 새한(현 웅진케미칼)의 합작사로 출발한 화학소재 전문업체다. 주로 포장재 및 디스플레이용으로 쓰이는 필름과 기저귀 재료로 쓰이는 부직포, 첨단 정보기술(IT) 소재를 생산한다.

이 사장은 "외자기업의 경우 이익이 나면 본사가 대부분 가져가는데 도레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매년 이익의 80∼90% 정도를 재투자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출범 초기부터 도레이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 이전이 이뤄져 빠른 속도로 품질이 향상됐다"면서 "그 결과 수출지역을 동남아 중심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레이새한의 현재 매출규모는 8400억원가량으로 첫 경영실적이 나온 2000년(매출 4300억원)보다 2배 이상 커졌다.

◇노조문제 해결하면 외국기업 투자유치 늘 것

도레이새한은 영업이익과 감가상각 등으로 생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기존 설비 보강과 신규사업 발굴, 해외사업 확대에 재투자해왔다. 연구·개발(R&D)부문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도레이새한은 지난해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첨단 재료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디스플레이용 소재, 반도체 점·접착 및 전자정보 재료를 중점 개발하고 차세대 기능복합필름, 태양전지재료, 나노소재 등 신규 분야로 연구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연구인력 200명을 확보하고 R&D 투자도 400억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도레이새한 같은 성공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국가경제가 발전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성공한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노조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일본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노조문제"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고 강성노조 이미지가 불식되면 투자하려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폭적인 세금감면과 토지 무상임대,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과감한 유인전략이 필요하다"며 "자본과 기술을 가진 외국기업들이 공장을 지어야 한국에서 부가 창출되고 고용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품질경영' 생존 차원에서 추진‥기업문화로 정착

도레이 본사의 지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평사원으로 들어와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선 이 사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을 수도 있다.

이 사장은 1973년 제일합섬(새한의 전신)에 입사한 뒤 26년 동안 구미공장 등 현장에서 성장한 합섬계의 산증인이다. 이 사장은 "품질관리부터 품질경영 활동에 이르기까지 실무자로서, 관리자로서, 경영자로서 항상 함께 해왔다"며 "품질경영은 생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모든 임직원의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적 생존은 어렵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품질경영은 반드시 기업문화의 하나로 정착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전사적인 품질경영 활동을 통해 고객 및 시장과 견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레이 본사도 이런 이 사장을 높이 평가했다. 초대 CEO로 임명한 후 10년간 이 사장을 신뢰해줬다.

올 2월 초엔 도레이가 전액 출자해 설립했거나 한국기업들과 합작해서 만든 한국 내 6개 관계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대표 역할까지 맡겼다. 1980년 도레이 한국대표직이 신설된 후 지금까지 이 자리는 일본인이 맡아왔다. 한국인이 대표직에 임명된 것은 이 사장이 처음이다.

여기에 일본 도레이의 전임이사와 중국 내 공장인 '도레이폴리텍남통'의 회장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도레이새한은 도레이가 해외에 투자한 기업 가운데 중요도가 5위 안에 들 만큼 가능성이 큰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성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 8700억원…성장성 큰 부직포사업 기대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올해도 도레이새한은 매출을 87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중장기적으론 2010년 매출 1조원, 2020년엔 2조5000억원의 화학소재 전문기업이 목표다.

이 사장은 "세계적 경기불황 속에서 양적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며 "기존 관행과 방법을 답습해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과 제품·사업분야로 빠르게 이행하면서 과감한 결정과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또한 "내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극한의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보다 좋은 품질로 싼 가격에 많이 파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 소재사업과 중국의 부직포사업 등 핵심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특히 부직포사업에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도레이새한은 지난해 중국 장쑤성 난퉁시 경제기술개발구역에 부직포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연간 총 6만7000톤 규모의 부직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에선 최대 규모다.

이 사장은 "2세 이하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저귀 보급률이 급등한 중국은 원료인 부직포시장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인도와 동남아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은 36년 간의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2가지 덕목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 바로 '인내'와 '인화'다.

이 사장은 "그동안 완벽하게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회사를 관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한때 분함을 참으면 백일의 걱정을 덜 수 있다'(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는 옛말을 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천지만물 중에 인화가 근본"이라며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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