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정규법, 고통만 안긴 '역설'

[기자수첩]비정규법, 고통만 안긴 '역설'

여한구 기자
2009.07.03 14:39

시계를 3년 전인 2006년으로 돌려보자. 그때도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 곳곳에서 분출됐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무려 10여차례의 총파업을 벌였다.

재계도 좌파 성향의 정권이 기업을 옥죄려 한다는 불만을 피력했다. 그 사이에서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법 제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노·사·정 은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해 11월 정치권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가까스로 법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법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누더기' 법이 됐다.

법 시행 후 2년이 지나면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는 그때부터 나왔었다. 당시 정부는 일단 법이 통과된데 안도하면서 "시간이 많으니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고 밝혔다.

2007년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정권이 교체되고 정부 간부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시한폭탄'과도 같은 비정규직법은 잊혀져갔다. 그러다 사용기간 2년이 끝나는 지점이 다가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자'는 안을 내놨다.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미봉책이었다. 하지만 정쟁에 바쁜 정치권은 그마저도 '소귀에 경읽기'식으로 무시해오다 막상 비정규직 집단 실직 사태가 현실화되자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또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는 저마다 핑계를 대며 "네 탓이오"를 외치기 바쁘다.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도대체 그 사이 정부와 정치권은 대안 마련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묻고 싶다. 명분만 붙잡고서 비정규직의 '눈물'을 외면한 노사도 '공동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비정규직을 보호한답시고 만든 법이 도리어 비정규직을 나락으로 모는 기막힌 '역설'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 비정규직의 생명줄을 자르는 '소리없는 해고'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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