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껍질 깨는 제약사에 박수를

[CEO칼럼]껍질 깨는 제약사에 박수를

장안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2009.07.28 09:50

대표적인 내수업종이자 경기방어주인 제약업종이 최근 몇 년새 글로벌 기업들과의 무한경쟁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업체들과의 승부에 내몰리면서 자타(自他)의 묵인이 있었던 내수업종으로서의 장단(長短)점 중 단(短)의 무게에만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

약값 결정구조에 시장경제 논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값거품 논쟁은 제약업계로 쏠렸고 웬만한 영업·마케팅은 모두 불법 리베이트로 치부되고 있다. 제약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라는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최근 들려 온 한-EU간 FTA(자유무역협정) 타결 소식은 글로벌 경쟁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한 지붕 아래에서의 제한된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경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전 제약업계에 확산된 ‘새 시장’에 대한 공감대가 탄력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인 것은 규모나 기술력 측면에서 여전히 열세인 한국 제약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38,400원 ▲450 +1.19%)의 고혈압치료제인 ‘아모잘탄’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다국적사인 미국 머크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게 됐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인 ‘일라프라졸’과 유한양행의 위산분비억제제인 ‘레바넥스’도 수출길을 텄다. 모두 최근 몇 달새 발표된 성과들이다.

게다가 제약기업 성장의 핵심 원동력인 연구개발 비중도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올해 1분기 R&D(연구개발) 투자비중을 볼 때, LG생명과학과 한미약품 등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업체들이 늘었다. R&D 지표인 임상시험 승인 건수도 10년 전인 1999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약산업 R&D에 1조원을 투입하면 3조원 이상의 GDP(국내총생산)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결과도 때마침 발표됐다. 느리고 답답해 보이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한계로 여겨졌던 ‘내수업종’이란 껍질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해 매출의 절반 가까운 금액(42.5%)을 해외에서 벌어 들였다. 한미약품은 올 해 수출 1억불 돌파를 목표로 뛰고 있다. 이밖에 유한양행과 신풍제약, 영진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도 매출의 10% 이상을 해외사업으로 채웠다.

독점시장을 확보한 수입 오리지널의 강세와 가격경쟁에서의 우위를 앞세운 저가 수입원료 탓에 무역역조 현상은 여전하지만 국내기업들의 수출 목록에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의약품 비중이 늘었고 수출지역도 선진국 중심으로 다변화됐다.

그래서 현재 난무하는 제약업종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은 조금 더 따뜻해져야 한다. 한국적 상황에서 제약산업이 진정 ‘산업’으로서의 대접을 받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의약품 산업은 ‘육성’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통제해야 할 ‘비용’ 정도로만 여겼던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글로벌 이슈에 매몰되고 있는 ‘제약보국(製藥報國)’의 가치도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의약품 주권의 중요성은 자국 제약산업이 붕괴된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의 자화상을 통해 충분히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2012년을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앞지르는 원년으로 정했다. 앞서 밝힌 것처럼, 10조원대에 불과한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의 경쟁으로는 성장을 약속받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매출보다 해외매출이 많은 기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제약강국의 발판을 다져야 한다는 한미약품의 신념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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