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복단지, 日 고베시 실패 되풀이하나

첨복단지, 日 고베시 실패 되풀이하나

최은미 기자
2009.08.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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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2년 만에 2조원 매출을 올린 대장암과 두경부암 표적항체치료제 '얼비툭스'를 잉태한 것은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수술 받은 것으로 유명한 미국 MD앤더슨암센터다.

미국 휴스턴지역에는 이 암센터를 중심으로 의대와 약대, 의학센터, 생물의학교육연구소 등이 자생적으로 설립되며 '텍사스메디컬센터'가 형성,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전세계에서 연 60만명의 환자가 찾는 이곳은 이미 개발된 신약 등 연구개발 실적으로 휴스턴지역 경제의 25%를 책임지고 있다.

#1995년 대지진으로 침체에 빠진 고베시는 2002년 '첨단의료산업특구'로 선정됐다. 무너진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고베, 오사카, 교토대 의학부 연구진과 임상연구정보센터 등을 연계시켜 신약개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는 포부였다.

고베지역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시민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신약개발의 핵심인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대형병원 등 의료인프라가 부족해 제대로 된 중개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서둘러 임상시험을 실시할 병원을 신축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와줄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5조6000억원을 들여 만들겠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원조'사례다. 신약과 의료기기를 연구, 개발하는 업체나 병원을 한 곳에 모아 2038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16개를 개발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이 같은 미국과 일본의 시도를 '벤치 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판 첨복단지는 성공한 '텍사스'보다 주춤하는 '고베' 모델에 가깝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기존의 인프라가 무시된 채 정부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애초부터 "정부가 주도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업계에 퍼졌던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선정된 지역에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인프라, 즉 대형병원이 없다는 점이다. 텍사스는 성공하고 고베는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병원' 때문이었다.

서울 모 병원장은 "MD앤더슨암센터에서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며 얻은 아이디어가 인근지역 연구소로 이어지고, 여기서 나온 결실이 다시 병원으로 가 환자에게 직접 적용해보는 임상시험으로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텍사스메디컬센터가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역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성은 더욱 크다. 서울지역 대형종합병원 20곳이 전국 환자 진료수익의 60%를 점유할 정도로 과점된 상황에서 해당지역에 지금 있는 의료인프라만으로 임상시험을 책임질 수 있겠냐는 지적인 것이다.

병원을 새로 짓는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이 찾아줄지 의문인 것은 물론 거리 상 서울에 있는 병원들과 연계하기도 쉽지 않다.

제약과 의료기기업체들도 '시큰둥'하다. 이미 대부분 업체가 상당한 돈을 들여 GMP 시설 등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는 지적이다.

화이자제약 등 일부 다국적제약사가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어놓긴 했으나 조건부 협약이라 얼마만큼의 투자가 이뤄질 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일부 계획 중에 있는 생산시설이 단지내에 들어설 순 있지만 중개연구를 통한 신약개발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 투자금액 5조6000억원 중 61%인 3조8000억원이 민간투자로 조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중요한데 지방으로 가면 인력구하기가 어렵다"며 "교육이나 거주문제가 해결된다하더라도 아주 오랜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지역 민심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입지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대구 신서혁신도시 등 복수로 선정한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탈락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입지 선정에 지역정서와 정치적 입장이 고려됐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며 "경쟁력 있는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돼야 하는데 후보지 항목에 '국가균형발전'항목이 있었던 것부터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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