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GIVE" 맥쿼리 '마음' 이끈 회장님

"기부는 GIVE" 맥쿼리 '마음' 이끈 회장님

글=송선옥, 사진=유동일 기자
2009.08.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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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당당한 부자]존 워커 맥쿼리코리아 회장

"덩실덩실 춤추기를 좋아하는 반달곰 우라는 어느 날 깊은 동굴에 빠진다. 우라의 친구인 안경 쓴 독수리, 까치, 생쥐, 다람쥐, 오소리 모두 힘을 모아봤지만 통통한 우라를 구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이 때 옛날 물에 빠진 것을 살려준 데 보은으로 독수리에게 안경을 줬던 인간이 나타나고 동물 친구와 인간은 힘과 꾀를 모아 우라를 구출한다. 각기 작은 마음과 힘이지만 서로 돕고 사는 마음이 세상을, 우라를 구한 것이다."

한국의 자연환경을 빼닮은 그림과 단군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책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Ura's World)'은 존 워커 맥쿼리 코리아 그룹 회장(사진)의 첫번째 책이다.

 ◇아기곰 우라, 태어나다="한국의 자연과 환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서울 소공동 맥쿼리 코리아 회의실에서 만난 워커 회장은 저서 앞에서 뱅커가 아닌 동화작가의 웃음을 건넸다.

그는 '우라의 모험' 판매액 전액을 녹색연합과 한국산의 보호를 위한 재단(Korean mountain preservation league)에 기부했다.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홍콩, 중국, 호주에서 발간한 수익금도 사회에 돌려줄 계획이다.

 은행가와 동화책.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워커 회장은 동화작가로서 산뜻한 출발을 했다. 지난 4월 출간했는데 조만간 2쇄를 찍을 예정이다. 얼마 전 한 대형서점에서 열린 그의 책 낭독회에는 50명의 어린 팬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그로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지난해 호주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이었죠. 세계를 뒤덮은 최악의 경제위기 진단을 접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그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것은 가족, 자연, 환경, 어린이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소중한 것은 가까이 있는 것, 힘들 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 아껴야 하는 것, 우리와 함께 가야 하는 것들이었다.

 책을 통한 기부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게 됐고 환경보호를 위해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바치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워커 회장은 "사실 운이 좋아 먹고 살만한 돈이 있어 (기부가) 가능했을 뿐"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탈고한 후 그의 숙제는 삽화였다. 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맡겼지만 한국의 정서가 뭍어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애니메이터인 그의 처조카(그의 부인은 한국인)가 나서면서 제대로 된 그림이 나왔다. 그림 하나 하나 그의 주문과 요구사항이 담겼다.

 워커 회장의 모국인 호주에서도 책을 써 기부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는 서로 나누고 이해하는 문화가 특이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에 가서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기도 한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태권도장에 도복을 기증했고 중국, 베트남의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홍콩 단체에 평생회원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다.

◇"주는 것이 얻는 것"=워커 회장은 기부의 의미에 대해 "많이 주는 게 많이 얻는 것(giving most, getting most)"이라고 답했다. 이어 함께 하는 문화일 뿐 사회의 시선을 끌 일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호주에서는 기업 회장이 배식 봉사를 하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지도 않는다"며 "금융연구 지원차 카이스트에 20억원을 기부했는데 이런 게 처음이라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워커 회장은 '한국에서 부자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건네자 그 이유를 한국의 역사와 경제위기에서 찾았다.

한국의 역사를 보면 어려운 시기가 많았는데 일본의 식민지 시대, 한국 전쟁 등을 거치면서 가진 이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부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외환위기 등이 빈자에게 더 어려움을 안긴 반면 부자에게는 투자의 기회를 줬기 때문에 부자에 대해 인식이 안 좋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굉장히 관대한 문화를 가졌다고 말한다. "사실 한국도 관용의 문화가 널리 퍼진 곳입니다. 대가족 사회인 한국처럼 정을 나누고 선행을 베푸는 나라도 없습니다."

 워커 회장은 '키 큰 양귀비 신드롬'도 들려줬다.

그는 "호주에는 웃자란 양귀비를 쳐내듯 혼자만 잘 나가는 사람을 좋지 않게 보는 키 큰 양귀비 신드롬(Tall poppy syndrome)이란 말이 있다"며 "키 큰 양귀비가 먼저 눈에 띄어 잘라내듯이 걸출한 인물이나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우선 반감이 생겨 뒤틀린 마음을 갖게 된다는 취지로 호주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잘 되는 사람을 보면 배가 아프고 깎아 내리고 싶어하는 본성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얘기다.

 ◇함께 나누는 방법=워커 회장은 돈을 대는 것이 기부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처럼 책 쓰는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기부할 수도 있고, 다른 방법은 많다는 것이다.

맥쿼리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는 은퇴후 비즈니스맨 경험을 살려 각종 행사에서 남는 음식을 모아 기부하는 푸드뱅크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역량을 사회와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냉혹한 투자의 세계에서 이윤을 내는 일과 사회의 책임을 다하는 기부가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간단하게 답했다.

 "그런 선입견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은행가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은행 일도 투자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하는 일이어서 오히려 인간적이지 않으면 잘 할 수 없습니다.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공존'을 의미하고 공존하려면 다른 사람에 대한 '관대함'이 기본입니다."

 맥쿼리는 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한다. 직원이 50만원을 기부하면 회사 위원회에서 이를 평가한 후 50만원을 더해 모두 100만원을 기부하도록 해 준다. 이런 방식으로 맥쿼리가 900개 이상의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1800만호주달러(한화 180억원 상당) 로 이중 800만호주 달러 이상이 직원들의 기부였다.

 물질적인 지원 뿐 아니라 자원봉사 참여 등도 권장한다.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돌보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이면에는 사회에서 얻은 이익은 사회로 돌려줘야 한다는 맥쿼리의 창업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회사가 직원에게 강제하지는 않는다.

 맥쿼리 코리아 역시 세계태권도 연맹 후원을 비롯해 여러 지원활동을 한다. 낙도에 신문 보내기, 북한에 의료장비 보내기, 두만강 학교설립 지원 등 낯선 일이 아니다. 풋볼, 크리켓과 함께 호주의 국기 중 하나인 럭비의 보급을 위해 한국 럭비팀을 지원한다.

 맥쿼리 코리아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라는 모임도 있다. '마음(MAUM, Macquarie united minds)'이란 '맥쿼리의 화합된 마음'이란 영문자의 첫글자를 딴 조직으로, 한국에서 번 수익금을 바탕으로 홀트 재단과 영아원에 영유아 분유구입 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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