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약값 리베이트, 벌줘서 근절?

[기자수첩]약값 리베이트, 벌줘서 근절?

신수영 기자
2009.08.14 09:27

"10년 뒤, 11년 뒤 특허가 만료되는 약까지 첫번째 제네릭(복제약)을 '찜'했더라고요."

한 제약업계 관계자가 "제네릭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제약산업의 한 단면"이라며 전한 말이다. 종근당의 브레디닌정50mg은 오는 2021년 1월22일 특허가 만료된다. ㅊ제약사는 특허 만료 다음날인 2021년 1월23일 제네릭을 팔겠다고 발매예정시기를 소명했다. 맨 처음 나온 제네릭' 자리를 선점해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다. 오리지널 특허가 끝나야 판매가 가능한 제네릭은 출시 순서에 따라 약값이 순차적으로 내려간다.

국내 제약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거론되는 의약품 리베이트도 이런 제네릭 편향과 무관하지 않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따라 만든 제네릭은 효능이나 효과 면에서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결국 '얼마를 사면 약값의 몇%를 주겠다'는 식의 리베이트로 차별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고심해왔다. 당장 이달부터 리베이트를 하다 걸린 의약품의 약값이 최대 44%까지 강제 인하키로 했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 산업의 구조와 긴밀히 얽혀 있는 리베이트 근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 이미 올해 말까지의 리베이트를 모두 해버린 곳도 있다"고 전한다. 일단 올해만 넘기면 내년에는 어떻게 되지 낳겠느냐는 속내다.

더구나 리베이트는 기업이 판촉을 위해 하는 일련의 활동과 정확히 선을 긋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콩나물 살 때 한 움큼 더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학술행사에 국내 의사를 초청하는 일도 다국적 제약사의 주된 리베이트의 통로이긴 하지만, 정보 교류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항변 역시 일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첫 타자로 걸리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처음 걸린 곳이 본보기가 될 것이란 말이다. 이 관계자는 "운 나쁜 몇을 제외하면 또 (법망을) 잘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겠느냐"며 "그러니까 내년일은 그때 생각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슬 퍼런 척결 의지 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솔로몬의 지혜가 중요하다. 얼마 전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벌만 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근절로 유도될 수 있도록 이행가능성이 있는 대책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부의 후속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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