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봉제산업 현장을 가다]

지난 17일 베트남 호치민시 근교 송탄 산업단지에 위치한 세아상역 베트남 현지법인 '아인스 비나'(Eins Vina). 찜통더위에도 공장 내부는 베트남 현지직원들의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총 3공장, 72개 생산라인에서 현지 인력 4600여 명이 월 140만 벌의 옷을 생산한다. 갭, 올드네이비, 애버크롬비&피치 등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유명 브랜드 옷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물량은 대부분 미주 지역으로 수출된다. 서브 프라임사태로 미국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공장 직원들은 연말 미국 크리스마스 시즌 선물용 '홀리데이 오더'를 소화하느라 요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계로 뻗은 한국 봉제 산업=한국 경제 근대화의 첨병 역할을 한 의류 봉제 산업이 중남미,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가 '코리안 파워'를 떨치고 있다. 88올림픽 이후 급상승한 인건비에 한국을 떠나 '오아시스(신 공장)'을 찾아 전 세계로 나선 '산업 유목민'들이 땀으로 일군 결실이다.
"어떻게 하면 인건비와 지역별 수출량 쿼터라는 장벽을 피할 수 있을 것이냐가 80년대 후반 봉제 산업의 최대 화두였죠. 해외로 눈을 돌리자라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마치 유목민처럼 해외 곳곳을 누볐어요. "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 현지 공장에서 만난 김석호 한세실업 베트남 법인장의 말이다.
국내 봉제업체들은 미국 자치령인 사이판을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중남미와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아시아로 뻗어갔다.
82년 설립된 한세실업과 86년 설립된 세아상역 같은 회사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서 의류를 생산해 미주 등 외국 시장에 수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국내에는 공장이 없지만 세계 각지에서 공장을 가동, '코리안 파워'를 떨치고 있다.
권순학 베트남 남부 봉제협의회 회장은 "한국 섬유산업이 죽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메인 바이어를 쥐고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손재주 좋은 베트남, 중국 시장 대안=특히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신노동법으로 인건비가 크게 오른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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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섬유 및 의류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베트남의 섬유 및 의류산업은 원유를 제외한 제1수출산업으로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GDP 대비 비중은 8%, 고용 비중은 전체의 5%.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진출 초기 원사, 직물 등 섬유류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2000년부터 봉제의류 투자비중이 점차 늘었다. 한국은 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다. 특히 최근 인건비 상승 등 대중국 투자여건 악화로 베트남에 섬유산업 투자가 더욱 늘었다. 2006년 기준 대중국 섬유산업 투자(건수 기준)는 10% 가량 감소한데 비해 대 베트남 투자는 53.7% 급증했다.
2001년 '한세 베트남'을 설립, 베트남에 진출한 한세실업은 지난해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현지 직원 수만 1만 명에 달한다. 세아상역은 2005년 1월 베트남 현지법인 아인스비나를 가동, 지난해 8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 매출 1억1000만 달러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섬세한 손재주. 문준용 아인스비나 법인장은 "베트남 사람은 손재주가 섬세해 고난이도 제품도 잘 다루고 부지런하며 결근율도 낮다"며 "베트남은 중국과 사이가 안 좋지만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빠르게 오르고 있는 인건비와 잦은 파업이다. 문 법인장은 "최근 4년 새 임금이 두 배로 뛰었다며 "지난해 동시에 170개 공장에서 파업사태가 벌어지는 등 최저임금수준 이상을 지급해도 불법파업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누리안 법인장도 "노동시장이 안정화돼 있지 않은 게 베트남의 가장 큰 문제"라며 "실질적인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베트남 시장은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