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때 세금내는 해외펀드 못만드는 이유

환매때 세금내는 해외펀드 못만드는 이유

임상연 기자, 전병윤
2009.09.29 16:03

매년 결산시 매매차익 과세…"투자자 이중부담" 펀드개발 난색

# A자산운용사 한 상품개발 담당 부서장은 지난 7월 도입된 '과세이연제도'에 맞춰 환매 때 최종 소득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해외펀드를 내놓으려다 포기했다. 새로 도입된 제도를 뜯어보니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야하는 해외펀드의 불합리한 세금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환매 때까지 과세가 유보되는 것은 미실현 평가이익뿐이고 이자 및 배당소득, 주식 매매차익 등 실현소득은 매년 결산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며 "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경우 고객이 환매 때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는 문제가 발생해 펀드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과세이연제도 시행으로 환매 때 세금을 낼 수 있는 해외펀드가 허용됐지만 정작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펀드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과세이연제도는 조삼모사?

과세이연제도란 매년 펀드의 회계결산 시점에 세금을 걷는 현행 펀드 과세방식과 달리 고객이 환매할 때 최종 소득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펀드 과세방식은 종전의 매년 결산방식과 환매 후 결산방식으로 이원화됐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가입 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한 펀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가 사실상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해외펀드의 주식 등 '미실현 평가이익'에 대해서만 과세이연을 인정하고 이자 및 배당소득, 주식 매매차익 등 실현소득에 대해선 기존처럼 매년 결산을 통해 세금을 징수토록 했다.

예를 들어 과세이연이 가능한 해외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1년 뒤 실현소득 3000만원, 미실현 평가이익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의 이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2000만원분에 대한 세금은 이연이 가능하지만 3000만원에 대해서는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펀드 매매차익 과세로 투자자는 세금을 내는 만큼 기준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세금 부과 대상인 3000만원이 실제로 투자자가 손에 쥐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펀드 구조상 이 돈은 자동적으로 재투자되고 주식 등에 운용된다. 주가 등락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는 확정되지 않은 이익이란 얘기다.

만일 세금을 낸 뒤 환매할때 주가하락으로 펀드에서 손실이 날 경우 투자자는 손실과 세금, 이중부담을 안게 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위배되는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아닌 펀드에 초점을 맞춰 소득세법을 고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한 펀드 내에 두 가지 과세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환매 때 최종 소득만 과세해야"

전문가들은 해외펀드의 불합리한 세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년 결산방식을 없애고 환매시점의 최종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란 주장이다.

업계관계자는 "역외펀드 처럼 투자자가 펀드를 환매했을 때 주식과 채권, 외환 등 펀드 자산에서 발생한 최종 손익을 합산해 과세하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며 "간단한 문제인제도 정부당국이 어렵게 풀어나가려는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펀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펀드에서 매일 발생한 이익이 바로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래서 펀드가 종목을 팔아 얻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건 형식상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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