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토종, 명품과 맞짱/ 할리스ㆍ미스터피자의 역습
다윗의 반격이 시작됐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였다. 그만큼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 상대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아직은 누가 승자가 될지 섣불리 짐작할 수 없다. 그만큼 각축전이 치열하다. 스타벅스, 피자헛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기업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는 토종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이야기다.
◆스타벅스VS할리스
“빠른 트렌드 반영이 토종 브랜드 최고의 강점”
별다방, 콩다방, 피다방, 천사다방, 그리고 할리스다방. 최근 커피전문점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스타벅스가 절대 강자임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하지만 스타벅스 독주체제가 뚜렷하던 커피시장이 점차 다양화되며 지각을 흔드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실속 있게 성장을 꾀해가는 국내 브랜드들의 도약이 눈에 띈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커피빈, 파스쿠찌 등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업계 2위까지 성장한 토종 브랜드 ‘할리스 커피’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1호점 1999년, 할리스 커피 1호점 1998년? 국내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처음 들여 온 스타벅스. 그런데 실제로는 할리스가 스타벅스보다 1년이나 빨랐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연은 이렇다. 신세계에서 스타벅스를 들여오기로 결정한 뒤 빠르게 일은 진행된다. 그러나 당시 IMF 사태가 터지고, 스타벅스의 국내 상륙은 차일피일 미뤄진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스타벅스팀의 일부가 의기투합해 론칭한 것이 토종 브랜드 할리스의 시작이다.
그러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이니 사업이 잘 될리 만무했다. 1년 뒤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스타벅스는 ‘세련된 도시문화’의 아이콘이었다. 문화를 입은 스타벅스는 빠른 속도로 국내 커피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선발주자로 시작한 할리스는 스타벅스라는 글로벌 공룡기업의 파상공세에 눌려 후발주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던 할리스 커피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2004년 무렵. 당시 경영진의 교체를 계기로 ‘달라져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갔다. 두산 KFC 마케팅팀장으로 프랜차이즈업계 전문가로 꼽히는 현 정수연 대표 역시 이때 할리스의 총괄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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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연 할리스 마케팅팀 부장은 “당시 스타벅스에 맞서기 위해 ‘신선한 커피’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스타벅스의 커피는 미국이나 남미 등에서 볶아진 채 한국에 들여온다. 소비자들 역시 이와 같은 시스템에 불만이 있음을 감지하고 이를 역으로 공략한 것이다. 갓 볶은 신선한 원두커피를 강조하며 ‘볶은 커피는 한달 이내에 모두 사용한다’는 기본 원칙은 이렇게 세워졌다.
이와 동시에 국내 브랜드로서의 장점을 살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하는 메뉴를 개발해 나갔다. 2004년 당시 레드망고 등의 요거트 메뉴가 인기를 끈 데 착안, 요거트 음료인 ‘아이요떼’를 출시했다. 1년 뒤에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재료인 고구마를 원료로 한 ‘고구마 라떼’를 개발해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매출만 놓고 비교하더라도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710억원. 이에 비해 할리스는 671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점유율로 봤을 때는 지난해 기준으로 스타벅스가 대략 33%, 할리스는 19%다. 뒤이어 커피빈(14%)과 파스쿠찌(6%) 등이 차지하고 있다.
국제적인 시스템이 탄탄하게 갖춰진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는 토종 브랜드로서는 이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할리스의 야망은 더욱 크다.
김 부장은 “스타벅스라는 좋은 경쟁자가 있는 만큼 앞으로 할리스 또한 발전의 여지가 많다”며 “건강한 경쟁을 통해 스타벅스에 뒤지지 않는 품질과 서비스에 자신감만 있다면 업계 1위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

◆피자헛 VS 미스터피자
“정확한 타깃 공략으로 고정 고객 확보"
KFC, 타코벨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외식업체 YUM 브랜드가 운영하는 피자헛과 순수 토종 브랜드인미스터피자. 엎치락뒤치락,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도는 두 라이벌의 치열한 1위 싸움은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피자가 처음 선보인 것은 1985년. 피자헛 이태원 1호점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5년 뒤인 1990년. 토종 브랜드인 미스터피자가 1호 이대점을 오픈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피자헛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피자헛의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불고기 피자’ ‘불갈비 피자’ 등 한국인의 입맛에 가까운 신메뉴를 개발, 미국 본사에 역수출 하는 등 높은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을 살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파워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모이면 피자헛” “함께 즐겨요, 피자헛” 등 대중적인 카피를 강조한 결과 “피자=피자헛”이 떠오를 정도로 시장 내에서도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처럼 강력한 라이벌에 대응해 미스터피자가 선택한 전략은 다름 아닌 품질력. 24시간 저온 숙성된 도우를 손으로 때리고 공중 회전시켜 빵이 쫄깃쫄깃한 100% 수타피자, 100% 홈메이드 피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피자헛에 대항하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 그러던 미스터피자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04년 무렵이었다.
매장을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 ‘made for woman’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여성 마케팅에 중점적으로 나서게 된다. 실제로 이즈음부터 미스터피자의 매출은 2004년 1400억원, 2006년 2400억원, 2008년 3900억원에 이를 만큼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해인 2008년에는 미스터피자가 매장수에서 피자헛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1위 싸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미스터피자 위기정 마케팅팀 과장은 “국제적인 노하우와 자본력을 갖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와 맞붙기 위해 우리만의 특색을 살린 타깃 마케팅을 통해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데 효과가 컸다”며 “정확한 데이터는 산출하기 어렵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매장수뿐 아니라 매출액도 피자헛을 앞질렀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피자헛의 반격 역시 거세다. 피자헛은 최근에도 외식문화가 개인적으로 바뀌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 미니 피자 등의 신메뉴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중순 선보인 ‘스마트 런치’ 메뉴는 매출액을 24%까지 끌어올리며 고객들의 점심시간을 사로잡는 피자헛의 효자 메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피자헛 측의 설명이다.
피자헛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프레인의 이상미 AE는 “이미 외식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매장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매장당 매출은 피자헛이 더욱 높다”며 “꾸준한 신메뉴 출시와 리뉴얼을 통해 대표적인 피자 업체로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