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김성재]유동성과 부동산 가격의 관계

[MT시평/김성재]유동성과 부동산 가격의 관계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6.06.1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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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1985년 뉴욕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당 90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은 670원으로 하락했다. 배럴당 3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도 10 달러 대로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8%이던 기준금리를 6% 대로 인하했다.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 효과는 외채 대국인 우리나라에는 축복과 같았다.

1986년에는 만성 적자였던 우리나라가 46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호재가 겹쳤다. 대미 수출 급증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1988년에는 142억 달러에 달했다. 올림픽을 성황리에 개최한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했다.

경제성장률은 12%가 넘었고 시중 통화량(M2)도 한해 20% 넘게 증가했다. 1986년 200 포인트를 겨우 돌파한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 봄 1000 포인트를 기록했다. 포스코 등 새로운 주력주가 등장해 1988년 한 해에만 주가지수가 73% 폭등했다.

무역 흑자와 주가 급등으로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으로 향했다. 198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00만 원 안팎이었다. 월급의 절반만 저축해도 10년이면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투기 자본의 유입으로 1989년 아파트값은 7000만 원에 달했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자 노태우 정부는 획기적인 주택안정 정책을 발표했다. 수도권인 분당, 일산 등에 신도시를 건설해 200만 호의 아파트를 신규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를 골자로 하는 토지공개념 3법도 도입했다.

1990년대 초 아파트 값은 마침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 뒤를 이은 김영삼 정부도 부동산 실명제 도입을 통해 투기를 억제했다. 공급 주도와 투기 방지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이어졌다면 아파트는 젊은 회사원이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가득 자산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경기가 둔화할 때마다 경기를 진작한다는 명목 하에 부동산 규제완화에 나섰다. 토지공개념 3법도 무력화되었다. 그 결과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3.4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6년 한 해에만 24% 폭등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7% 넘게 상승했고 2021년 14%나 급등했다. 당시 정부는 세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통해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자명했다. 아파트 가격은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을 창출하거나 물가를 넘어서는 금리 인상을 시행했을 때 안정되었다. 노태우 정부만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정책을 시행했고 어느 정부도 실질금리의 상승을 원하지 않았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자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현 정부도 다양한 규제를 통해 아파트 가격 안정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을 크게 늘리는 정책과 더불어 부동산을 재산 증식의 영순위로 꼽는 아파트 공화국 정신을 근절할 근본적 법제화가 아니라면 부동산 가격 안정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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