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가계부의 고수들]<3-1>4인 가족, 월 45만 원으로 친환경 밥상 차리기
지난 여름 일이다. 이웃집 여자가 말했다. 예준이(5)가 화를 내더라고.
"아이들이 집에 놀러왔기에 큰 맘 먹고 치킨을 시켜줬거든요. 그랬더니 예준이가 눈물 글썽이며 화를 내는 거에요. '왜 제가 못 먹는 거 시키셨어요?'하면서. 친구들이 다 먹는데 자기도 얼마나 먹고 싶겠어요. 어찌나 안쓰럽던지..."
예준 엄마, 유지연 씨(34, 서울 양재동, 가명)는 눈물이 나면서도 기뻤다. 대견스러웠다. '튀김, 치킨, 피자를 그토록 좋아하는 예준이가 먹고 싶은 욕망을 저 혼자 참아냈다니.'
두 살 때 팔에서 시작된 예준이의 아토피피부염은 지난 6얼 얼굴을 뺀 몸 전체로 퍼졌다. 유 씨는 지난 여름, 예준이에게 '튀김, 과자 금지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4개월여 후. 이제 예준이의 피부염은 팔목 등 일부만 빼고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아토피 전문병원에 다니고 식단을 친환경으로 바꾼 덕분이었다.
"친환경 비싸다고 하는데 저희는 식비가 10여만 원 정도밖엔 안 늘었어요. 식비요? 시어머니, 남편, 아이 등 4명이서 한 달에 45만 원쯤?"
서울에서 4인 가족이 45만 원으로 친환경 식단을 차릴 수 있는 비결은 세 가지였다. 발품 팔기, 정보 얻기, 현명한 스승.
◇장바구니 가벼울수록 영양은 묵직=맞벌이 부부인 유 씨네 부부의 '살림스승'은 시어머니다. 시어머니 최기선 씨(68)의 부지런함과 지혜 덕분에, 밥상 위에 유기농을 올리기 전에도 가족 식비는 월 35만 여원을 넘지 않았다.
유 씨가 전하는 시어머니의 알뜰살림 노하우. 첫째, 재래시장에 매일 간다. 당근 3개, 두부 1개, 상추 1천원어치 등 1~2일 찬거리만 사오면 재료가 남아서 버리는 일이 없다. 영양 만점의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둘째, 알뜰 조리법을 개발한다. 유 씨의 시어머니는 감자와 소금만으로도 누구보다도 맛있게 찐감자 요리를 만들어낸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새로 나온 요리책을 읽으며 조리법을 '업뎃'하는 덕분이다.
셋째, 제철식품을 산지 직거래로 산다. 시어머니는 지인을 통해 산지별 특산물을 찾아낸다. 봄엔 울릉도에서 산마늘을, 여름엔 부산에서 토마토를, 김장철엔 괴산에서 배추와 고추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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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인 유 씨의 역할은 '구매 담당자'다. 쌀, 육류, 수산물 등 목돈이 들어가는 식품은 유 씨가 인터넷에서 구매하거나 고부가 함께 노량진수산시장 등 큰 시장에 나가 한꺼번에 사온다.

◇주식, 세제만 친환경으로 바꿨는데=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진 후, 유 씨 고부는 주식을 바꿨다. 잡곡밥의 재료 즉 쌀 현미 보리 콩을 유기농으로 먹기 시작했다.
조미료는 퇴출됐다. 그 대신 다시마, 양파, 무, 파, 새우로 우려낸 국물이 음식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유 씨 고부는 새우가루, 멸치가루, 깨도 애용한다. 어찌 보면 한국인의 기본적인 조리법이다.
과자, 피자, 튀김류는 아이 간식에서 제외됐다. 식품첨가물, 트랜스지방 때문이다. 피치 못하게 기름을 쓸 때도 들기름을 쓴다. 식용유 중 올리브 유, 들기름은 조리를 해도 트랜스지방이 생기지 않는다.
방향제 자리엔 숯, 합성세제 자리엔친환경세제가 놓여졌다. 과일이나 채소는 세제를 쓰지 않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는다.
육류는 유 씨 시어머니가 아는 시골집에서 방사해서 키운 토종닭을 먹는다. 유기축산 인증은 없어도 집단사육하는 농장보다 항생제를 덜 쓰기 때문이다.

◇"자연식은 중요하지만 치료약은 아니에요"=유 씨는 "아이가 먹는 데 스트레스 받는 게 안쓰러워, 우리 가족은 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아예 들여놓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의 아토피는 가족의 식단뿐 아니라 의식도 바꿨다. 유 씨는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아토피에 걸린 후, 자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 정보는 와이프로거들의 블로그나이로운몰,지리산 희망가게,도토리 속 참나무,참거래농민장터같은 친환경쇼핑몰에서 주로 얻는다. 이러한 친환경쇼핑몰들은 식품 성분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과 주변환경, 만드는 과정에 대한 정보도 전달한다.
유 씨는 반드시 유기농, 친환경 식단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아이가 아토피에 걸려 친환경식단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병원부터 찾으라'고 조언한다.
"저도 좋다는 건 다 해봤어요. 비싼 아토피 화장품부터 녹차 목욕, 아로마 치료까지. 제일 중요한 건 '의지를 굳게 가지는 것'입니다. 아토피 전문병원을 찾아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것이지요. 아토피는 사람마다 원인이 달라 치료법도 달라요."
그리스어로 '이상한, 유별난'이란 뜻을 지닌 아토피(atopy)를 극복하기 위해 유 씨가 선택한 비법은 유별나지 않았다. '음식도, 치료도 기본으로 돌아가기.'
"아직도 황색5호 드세요?"
식품은 성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식품 뒷면에 빼곡히 적힌 성분들은 읽을수록 헷갈린다. 특히 식품첨가물은 수천 종에 이른다.
친환경쇼핑몰이로운몰의 이승우 식품담당매니저는 "국내에서 쓰이는 식품첨가물 중 몇가지 성분은 유해성 논란이 높거나 해외에선 금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질산나트륨, 황색5호 등 몇 가지 성분은 가급적 섭취하지 말기를 권했다.
1. 발색제.아질산나트륨 등 발색제는 햄 소시지 훈제품 등 육가공품의 색깔을 선명하게 내기 위해 흔히 쓰인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 발암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는 성분이다.
2. 타르색소.황색 5호, 적색2호 등 타르색소는 아이스크림, 음료의 색깔을 내기 위해 쓰인다. 발암성, 과다행동장애 등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물질이다.
3. 방부제.인스턴트식품의 성분 표기를 보면 안식향산나트륨, 데히드로초산, PH산도조절제 등 합성보존료가 쓰여져 있다. 방부제다. 유럽연합(EU)에서는 안식향산프로필(파라옥시안식향산프로필)이 성욕 저하, 발기부전, 불임증 등 생식기능 이상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일어 사용이 금지됐다. 한국에선 2010년부터 사용 불가능한 식품첨가물로 지정됐으나 아직은 쓰이고 있다.
4. 후처리한 수입과일.수입과일엔 운송 중 부패 방지를 위해 다량의 살충제를 뿌려진다. 이것을 포스트하비스트 즉 수확 후 처리농약이라고 부른다. 이런 종류의 농약은 신경 계통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다. 수입과일은 반드시 껍질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안전한 건 국내산 과일, 그보다 안전한 건 국내산 유기농 과일이다.
5. 인공감미료.특히 아스파탐은 당뇨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