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은 써야 명품이죠"

"20년은 써야 명품이죠"

이언주 기자
2009.10.29 09:26

[녹색가계부의 고수]<2-1>오래 쓰기의 달인들이 전하는 제품 살리는 법

[편집자주]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경제의 기본단위는 가정이다. 녹색경제가 시작되는 진정한 출발점도 가정이다. 우리 경제엔 친환경적 삶을 통해 가계부를 살찌우는 녹색살림의 고수들이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을 찾아 비결을 전한다.

15년 된 빈폴 카디건, 21년 입은 버버리 코트와 머플러, 24년 전 큰마음 먹고 샀던 루이비통 핸드백...

박정숙 씨(55, 구리시, 가명)는 이제 30세 딸과 함께 이 물건들을 쓴다. 이 모녀에겐 산 지 10년 이하 된 제품은 '신상'이다.

모녀가 패션에 쓰는 비용은 두 사람 합해 연 150만 원 미만. 서로 선물로 주고받는 물건까지 합해도 그 정도다.

그래도 모녀는 어디 가면 '부잣집 마나님', '패션리더' 소리를 듣는다. 비결은 하나를 사도 좋은 걸 사고, 여럿이 함께 쓰고, 잘 관리하는 데에 있었다.

↑21년 입은 버버리 코트와 
머플러
↑21년 입은 버버리 코트와 머플러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은 10년 넘어도 '신상'="코트나 점퍼는 최근 5년간 새로 산 게 없어요. 유행하는 새 옷을 사고 싶을 땐 한번만 꾹 참아요. 그러다보니 충동구매가 줄더군요."

박 씨는 "꼭 필요한 건 아이템별로 딱 하나씩만 산다"고 말했다. 특히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이런 제품은 유행을 타지 않아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은 브로치나 스카프, 일부 리폼으로 따라잡는다.

그렇다고 소위 '명품 디자인'만 선호하지도 않는다. 모녀는 대신 하나를 사도 내게 어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고른다. 가격을 떠나 이 모녀에겐 '한 20년 쓸 수 있는 게 명품'이다.

카디건은 보풀이 많이 일어 오래 못 입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다. 하지만 박 씨 모녀는 15년 전 18만 원에 산 빈폴 카디건을 지금도 온 가족이 돌려가며 입는다. 그동안 딱 두 번 매장에 들고 가 보풀을 제거했다. 지금 다시 비슷한 디자인을 사려면 30만 원은 든다.

오래 쓰다 보니 집안에 몇 개 없는 명품이 더욱 더 '귀한 몸'이 되었다. 24년 전 30여만 원에 구입한 루이비통 핸드백은 현재 매장에서 97만 원에 팔린다. 70만 원에 산 바바리는 21년 지난 지금은 155만 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중고 사이트에서 사도 50만 원이다.

"비슷한 체형끼리 같이 입고 나눠 써요"=옷가지 수가 많지 않은데도 이들 모녀가 '패션리더'로 불리는 데엔 또 다른 비결이 있다. 비슷한 체형의 가족, 친지끼리 옷을 돌려 입는 것이다.

"딸과 체형이 비슷해서 청바지 빼고는 거의 같이 입어요. 어느 땐 전날 미리 옷을 찜해놔야 해요. 안 그러면 딸이 먼저 입고 가버리거든요. 딸과 옷도 가방도 같이 쓰면서 대화가 늘었어요. 이젠 자매지간 같아요."

박 씨는 딸뿐 아니라 자신의 언니, 동생과도 1~2년에 한 번씩 서로 옷을 바꿔가며 입는다.

"코트 같은 건 하나로 몇 년씩 입으면 싫증이 나거든요. 그렇다고 해마다 새로 살수 없고. 다섯 자매가 옷을 돌려 입으니 새 옷 입는 기분이에요. 입다가 다른 사람을 줄 생각을 하니, 옷 관리도 더욱 신경 쓰고요."

↑한동안 아토피로 고생했던 박정숙 씨는
순면 속옷과 친환경세제를 애용한다.
↑한동안 아토피로 고생했던 박정숙 씨는 순면 속옷과 친환경세제를 애용한다.

입은 후엔 '통풍' 세탁할 땐 '손발'로=박 씨 모녀의 옷 관리는 철저하다. 외출 후엔 반드시 옷을 옷걸이에 걸어 통풍시킨다. 이때 옷을 뒤집어 걸면 색이 바래지 않는다. 드라이클리닝을 너무 자주하면 옷 색이 변한다.

계절이 바뀌어 한동안 입지 않을 옷은 천으로 된 양복커버에 넣어 보관한다. 가능하면 철사 옷걸이보단 옷 모양을 살려줄 수 있는 플라스틱이나 나무 옷걸이를 이용한다.

19년째 쓰고 있는 드럼세탁기는 요즘 '탈수기'로 바뀌었다. 거의 대부분의 옷을 손 혹은 발로 세탁하기 때문이다.

후천성 아토피로 한동안 고생한 박 씨는 "순면속옷이나 면 티셔츠를 주로 입다 보니 옷을 벗은 후 가볍게 손세탁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그러다 보니 손세탁이 옷감을 덜 손상시킨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제는 슈가버블,에코팜같은 친환경제품을 애용한다.

"처음엔 드럼세탁기의 전력소비량이 부담스러운데다 피부에 아토피가 있어서 손세탁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 손발세탁을 해요. 팔다리에 근육이 붙더라구요. 홑이불 같은 건 욕조에서 애벌빨래 후 한 5분만 밟으면 깨끗해져요. 헬스장에 따로 안 다녀도 건강하답니다."

하나를 사도 내게 필요한 것을 골라 사고 아껴 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소비'다. 박미정 에듀머니 재무주치의는 "필요한 물건을 '소비'하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경제적 의사결정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물건을 구매해서 애착을 갖고 오래오래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절약은 결국 품위 있는 돈 쓰기"라고 덧붙였다.

◇피팅모델 임민희 씨의 '옷 오래 입는 법'

↑16년 된 부츠를 든 임민희 씨.
ⓒ켈리코튼
↑16년 된 부츠를 든 임민희 씨. ⓒ켈리코튼

"옷을 살 때 한꺼번에 풀 코디로 사지 마세요. 한두 가지 새로운 아이템을 사서 기존의 옷이랑 코디하는 것이 세련되고 경제적이죠."

블랙레깅스와 박스티셔츠에 16년 된 엄마의 부츠를 코디하는 센스만점 임민희 씨. 의류쇼핑몰 켈리코튼을 운영하는 그는 드럼세탁기 대신 일반세탁기를 쓰고 일주일에 한번 손빨래를 한다.

1. 세탁설명서를 반드시 따른다. 특히 뉘여서 말리라는 건 꼭 뉘여 말린다. 부득이하기 옷이 늘어났다면 세탁소에서 원상복구 할 수는 있다.

2.세제과다사용은 금물! 세제를 권장량 이상 쓰면 때가 더 빠지는 게 아니라 옷감이 상한다.

3. 세탁기엔 반드시 세탁망을 사용한다. 옷감이 엉키지 않게 도와주며 보풀이 생기는 걸 줄일 수 있다.

4. 세탁기 내부는 정기적으로 청소한다. 분명히 흰옷만 넣고 세탁했는데도 이물질이 묻어나올 때가 있다. 세탁기 내부의 구멍 사이사이에 이전에 세탁한 옷감의 섬유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5. 모든 샴푸는 울샴푸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갑자기 울샴푸가 떨어졌을 땐 일반세제를 쓰지 말고 헤어샴푸, 바디샴푸를 이용하자. 린스로 손빨래를 하면 사이즈가 줄어들었던 니트류도 원상복구할 수 있다.

↑41년 경력 '가죽의 달인' 
오창수 명동사 사장
↑41년 경력 '가죽의 달인' 오창수 명동사 사장

◇명동사 오창수 사장의 '가죽제품 관리법'

명동사는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수선의 달인들이 모여 일하는 53년 전통의 명품 수선 전문가게다. 41년 경력 오창수 사장은 이렇게 가죽을 관리한다.

1. 가죽도 숨을 쉰다. '통풍'이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안 쓰고 놔두면 오래 쓰는 줄 아는데, 그건 잘못된 상식이다. 자주 신고 자주 들어주는 게 제품에 좋다. 자동차를 오랫동안 주행하지 않을 때도 시동은 한 번씩 걸어줘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

2. 비닐로 싸놓는 건 No! 가죽제품 안쪽에 신문지를 말아 넣은 후 마지막에 비닐봉투에 담아서 꽁꽁 싸매어 놓는 건 안 좋은 보관법이다. 비닐은 통풍을 막기 때문이다. 반드시 천(부직포)으로 된 커버에 보관한다. 의류 역시 세탁소에서 비닐에 싸여져오면 비닐은 바로 떼어버리는 것이 좋다.

3. 가죽은 천으로만 손질한다. 가죽마다 쓰이는 약품이 다 다르다. 가정에선 따로 약품을 써서 관리하는 것보다 천으로 잘 닦아서 통풍만 잘 시켜도 충분하다.

4. 직물+가죽 콤비로 된 운동화는 되도록 중성세제를 쓰고 완전히 탈수한 후에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안 그러면 가죽이 딱딱해진다. 가죽과 햇볕은 상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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