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꿈꾼다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승진을 꿈꾼다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오동희 기자
2009.12.14 10:36

[머니위크 커버]□□ 때문에/ 연말인사 때문에

삼성,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사철이다. 이미 절기는 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기업에서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계절이기도 하다.

주요 그룹의 임원 자리는 그 영광만큼이나 불안한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요 기업 임원들은 1년 내내 조심스럽지만 특히 연말 인사철은 은인자중 모드로 전환한다.

과거에는 한해 성과를 인사권자에게 보이기 위해 연말에 각종 자료를 내며 뽐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선 '튀면 안된다'는 분위기 탓에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게 인사를 앞둔 연말 재계의 풍경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들은 이달 중순부터 잇따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며, 이를 전후해 '인사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도 많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11월 말까지 한해 결산을 하고 12월에 접어들면서 인사모드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인사고가가 11월이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직원들이 다수다. 재계에서는 생산라인을 빼고는 12월 초순부터 인사가 날 때까지는 사실상 '휴식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그동안 매년 1월 초순을 전후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전 회장이 한해 동안 고생한 사장단을 불러 노고를 치하하는 '만찬'을 가진 직후 사장단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 이 만찬을 삼성 내에서는 떠나는 사장들의 '최후의 만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는 이 행사도 사라졌다.

당시에는 12월 초순부터 1월 초순까지 거의 한달간 '인사 때문에'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 시기였다는 게 삼성 직원들의 얘기다. 삼성은 이 같은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는 인사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의 인사시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되는 것이 각 계열사의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다.삼성전자(176,300원 ▼3,400 -1.89%)의 경우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 현지법인장과 국내 사업부장(사장급)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음해의 경영전략을 이 회의에서 짠다. 경영전략회의는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직후 열리는 게 관례다. '새술은 새부대에'라는 말처럼 새 사장단 및 임원 400~500명을 모아놓고 다음해의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12월17~18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돼 사장단 인사를 포함한 임원인사가 그 전주에 단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영전략회의에서 역산하면 사장단 인사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장단 인사 후 경영전략회의를 언제든 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정이 그렇지 않다.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의 시간을 조정하기 힘든 이유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400~500명의 항공권과 숙박 등의 일정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경영전략회의'의 시기는 '고정변수'로 놓고, 다른 일정을 당기거나 늦추는 식으로 잡는 게 통례다. 따라서 가급적 인사를 그 이전에 마무리 짓고 새 진용으로 미래를 준비해왔다.

LG는 구본무 회장과 주요 계열사 CEO들이 1대 1로 만나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하반기 컨센서스 미팅(CM)이 끝나고 3주 이내에 사장단 인사가 이뤄진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번씩 진행되는 컨센서스 미팅에서는 장기과제와 단기과제에 대한 점검과 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11월 첫주부터 진행되는 하반기 CM은 4주간 LG의 전자계열, 화학계열, 통신계열의 CEO들이 구본무 회장과 하루나 이틀 정도 개별 미팅을 통해 한해의 실적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평가와 다음해에 대한 계획을 통해 CEO에 대한 인사가 판가름 나는 게 보통이다. 이런 인사 프로세스 때문에LG(84,800원 ▼4,200 -4.72%)도 12월은 인사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LG계열 CEO들은 이 기간이 최고 긴장의 시기이기도 하다.

인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투서'다. 인사 막바지 기간에는 각사의 감사팀에 투서가 많이 들어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서는 현저히 줄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지만 그래도 연말이면 경쟁자에 대한 투서나 루머가 떠돌기도 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전무까지는 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전무 이상부터는 다른 변수가 많이 작용한다"면서 "전체 직원수가 1만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100만분의 1 확률이라고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마나 견제를 덜 받느냐도 변수라는 얘기다.

인사는 발표 당일 아침에도 바뀔 수 있는 사안이라 '미리 축하도 미리 위로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특히현대차(469,500원 ▼25,500 -5.15%)의 경우는 수시 인사체제로 유명한데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한직으로 내보냈던 임원들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다시 불러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원들 사이에선 "휴대폰 번호를 바꾸지 말라"는 얘기도 나돈다. 혹시 다시 불러들일 때 휴대폰 연락이 안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은 번호를 간직한다는 '유머'스런 얘기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2월28일을 전후해서 임원 인사가 이뤄지는데 올해에는 노조 선거로 인해 임금협상이 늦어지고 있어 인사시기 또한 해를 넘길 가능성도 높다. 임금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이동이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경 인사를 단행할SK그룹은 비교적 두드러지지 않는 '조용한' 인사 스타일이다. 최태원 회장이 중점을 두는 사업 부문에 대한 역량 강화와 조직개편이 중심이 되는 인사로 지난해 상당수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돼 올해는 소폭의 변동만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그룹의 인사가 끝나면 희비가 엇갈리는 직종들도 있다. 삼성의 경우 임원이 되면 50가지가 바뀐다고 한다. 우선 자동차가 바뀌고, 집에도 업무용 컴퓨터가 지급되며, 회사 의자부터 모든 것이 임원용으로 교체된다.

이 때문에 우선 자동차업계가 웃는다. 각 사별로 차종과 배기량은 다르지만 신규 임원에게 지급하는 차량 수요가 1월 초면 몰려 영업맨들은 이 시기를 고급 승용차의 '대목'으로 본다. 또 축하 화환 집이나 새 사업집기들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인사 때문에 수혜를 누리는 업종이다.

인사가 끝난 후 긴장하는 쪽도 있다. 주요 기업의 협력사들이 그들로 구매담당 임원이 바뀔 경우 그 임원의 첫 성과를 챙겨줘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구매담당 임원이 새로 바뀌면 '기본 5~10%' 부품이나 장비 단가 인하하는 게 업계의 통례라고 한다.

대기업 협력사의 한 임원은 "인사가 끝나면 가격인하 요구가 있어 구매담당 임원이 가급적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기업 인사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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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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