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개성만점 송년회

2009 개성만점 송년회

이정흔 기자
2009.12.13 09:35

[머니위크 커버]□□ 때문에/ 송년회 때문에

이맘때가 되면 누구보다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크리스마스나 송년회 등 유독 모임이나 행사가 몰려 있는 연말, 이 같은 수많은 행사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벤트 업체들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가장 바빠야 할 시기에 예전보다 송년회 모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연말이 되면 으레 치르곤 하는 송년회. 이 때문에 울고 웃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불어 올해 송년회 트렌드도 함께 짚어보았다.

◆줄어든 송년회 “겨울나기 힘드네요”

“연말행사 30~40% 정도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맘때면 송년행사 준비로 늘 바빴는데 올해는 당장 준비해야 할 모임 수가 줄어드니 힘드네요.”

이벤트전문 미디어 사이트를 운영하는 엄상용 대표는 깊은 한숨으로 요즘 이벤트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엄 대표에 따르면 12월에 접어드는 요즘이야말로 이벤트업계에서는 성수기 중의 성수기다. 각 회사들마다 송년모임뿐 아니라 연말을 맞아 각종 행사가 뒤따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조용하기만 하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되도록 송년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올해는 이벤트업계에 정말 힘든 한해였다”며 “지난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또 9~10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되도록이면 이벤트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는데 연말에는 또 신종플루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요즘 들어 이미 예약해 놓은 송년모임을 ‘취소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부쩍 늘어 힘이 빠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 엄 대표의 하소연이다.

그는 “사실 각 회사들 입장에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벤트비용부터 줄이고자 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벤트업계에도 이 불똥이 튀어서인지 예년 같았으면 정신없었을 연말에도 구조조정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찬바람이 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년회 등 파티컨설팅 전문업체인 이용우 대표 역시 비슷한 얘기를 들려준다. 이 대표는 “예년 같았으면 송년행사 역시 회사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에는 이 같은 대규모 행사가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목돈이 투입되는 대규모 행사가 줄어들고 있어 전체적으로 이벤트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회사마다 각 팀별로 송년회를 진행하는 등 소규모 모임은 조금 늘어난 편이다. 이왕 송년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면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각각의 파티에 투자하는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개성만점 송년회 “아이디어 경쟁 치열합니다”

#1. 회사에서 직원들 이성친구를 소개시켜 준다? 한 IT 회사의 올해 송년파티에는 이성친구를 대동하지 않으면 입장이 금지된다. 이 파티의 주제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애인 만들 시간도 없는 젊은 직원들을 배려(?)해 송년파티를 통해서라도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것이다.

#2.올해는 ‘와인’아닌 ‘막걸리’가 대세. 엄숙한 식장에서 사장님 말씀으로 시작하는 예년의 송년회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송년회만큼은 폼나게, 넓은 정원에서 가볍게 와인 한잔을 즐기는 가든파티가 최신 유행이다. 그중에서도 올해는 유독 막걸리를 주제로 한 막걸리파티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와인 대신 막걸리는 상상도 못했을 처지. 리얼플랜의 이우용 대표는 “올해 유독 막걸리 인기가 심상치 않았던 영향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무엇보다 ‘파티=와인’을 떠올리던 고정관념을 깨고 그만큼 다양해진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사실 엄숙한 회의장에서 사장님 말씀으로 시작하는 송년회가 사라진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몇년 전부터는 문화공연을 감상하거나 기부행사 등을 통해 송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한 요즘엔 최신 트렌드가 없다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 그만큼 송년모임 역시 개성 넘치고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송년파티의 주제를 한가지 정해놓고 보다 캐주얼하게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와인파티, 막걸리파티, 피자파티 등에서부터 가면을 쓰고 즐긴다거나, 스탠딩파티로 신나게 몸을 흔드는 등 팀원들의 분위기나 성향에 따라 송년파티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라고 전한다.

덕분에 파티플래너를 비롯한 이벤트업계 종사자들의 머리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 대표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예전에는 어느 정도 식순이나 형태가 정해져 있어 훨씬 편했다”며 “요즘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기획안 작성 전에 송년모임을 의뢰한 업체를 방문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직원들의 기호와 성향을 파악하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기본. 송년파티 하나를 위해 각기 다른 아이디어의 기획안을 서너개 정도 작성해 놓는 경우가 많다. 준비해 놓는 기획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섭외해 놓아야 할 장소나 게스트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이 대표는 “특히 요즘에는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송년회 장소 하나를 고르는 데도 수십여 군데를 방문해야 할 만큼 공을 많이 들일 수밖에 없다”며 “여러 개의 기획안 중 채택되는 것은 결국 하나지만 그렇다고 장소나 게스트 섭외를 허투루 할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엄상용 이벤트넷 대표 역시 “예전에는 행사에서 불꽃을 터뜨린다거나 하면 고객반응도 무조건 좋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같은 행사가 익숙해져서인지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웬만큼 식상한 기획으로는 턱도 없다”고 말한다.

엄 대표는 “예전에는 무조건 유명 가수 등을 위주로 섭외 요청이 많았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이를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했다”며 “이와 비교해 요즘에는 유명 연예인보다 실력 있는 클래식 성악가나 비보이 퍼포먼스 팀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에서도 물론 실력 있는 게스트를 섭외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지만 무엇보다 송년회의 분위기와 딱 맞는 게스트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에 따라 이벤트업계 역시 새로운 형식 새로운 콘텐츠를 추구하지 않으면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더욱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힘들지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 내년에는 더 다양하고 풍성해진 송년모임을 즐기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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