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사장님 vs 아들1등' 경품선택은?

'가게사장님 vs 아들1등' 경품선택은?

이정흔 기자
2009.12.10 10:05

[머니위크 커버]상상초월 경품전쟁 "소원을 말해봐"

“나는 나의 남편과 프라하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

“나는 여자친구와 백화점에서 다리에 쥐나도록 쇼핑을 하고 싶다.”

“나는 언니와 집 근처에서 토스트 가게를 하고 싶다.”

롯데백화점에서 진행 중인 ‘소원성취’ 경품 응모란에 올라온 글 들이다. 크리스마스며 새해 같은 이벤트가 많은 연말연시. 이맘때가 되면 유독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진다. 유통업계 역시 이맘때가 되면 고객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선물을 제공하곤 한다.

특히나 올해는 그 규모가 남다르다. 5억원짜리 아파트, 3억원이 넘는 우주여행이 경품 상품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커피숍이나 편의점 창업을 도와준다는 사은품도 나왔다. 급기야 새해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성취 경품’까지 생겨났으니, 초특급 진화를 거듭하는 경품 상품에 소비자들은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다.

불붙은 경품 전쟁 때문에 소비자들은 ‘혹시나’ 하면서도 경품 행사에 보다 적극적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소비자들의 눈길 한번, 발길 한번을 끌기 위해 유통업계 역시 저마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한창이다.

◆규모부터 다른 경품 때문에 백화점 앞 장사진

지난 10월 롯데백화점 30주년 경품 행사에는 300만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몰렸다. 경품 상품이 다름 아닌 시가 5억원의 아파트였기 때문. 물론 이 엄청난 혜택은 1등 당첨자 한명에게만 주어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접기에 경품의 유혹이 너무나 강력했다.

‘아파트 경품’에 이어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진행한 ‘우주여행 경품 행사’에는 100만명이 몰렸다. 오는 27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소원성취 경품’ 역시 벌써부터 응모자들이 대거 몰리며 100만명은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응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첨자는 내년 1월7일 발표된다. 어떤 소원이든 다 이뤄준다니 가장 값비싼 경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의 ‘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눈길이 한번 더 가는 것이 당연지사.

부산에 사는 가정주부 이혜영(53) 씨는 “롯데백화점 매장을 들렀다 소원성취 경품 행사에 참가했다”며 “결국 당첨자는 1명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내가 되겠어?’라는 마음이 컸을 텐데, 경품이 워낙 강력하니 ‘혹시나’ 기대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이 같은 경품 마케팅의 효과도 기대 이상이다. 롯데백화점 측에 따르면 경품 행사를 진행했던 기간의 매출은 행사 바로 전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수 롯데백화점 홍보팀 대리는 “이번에 경품 행사에 투자한 액수만 총 20억원에 달한다”며 “지금 당장 그만큼의 매출 증가 효과를 바란다기 보다는 30주년을 맞아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롯데백화점의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데 더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지 규모뿐 아니라 상품의 내용에서 역시 기존에 없었던 것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이었다. 경품 행사 기간 동안에는 백화점마다 사람이 가득 차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경품 전쟁 치열

파격적인 형식과 규모로 확실하게 소비자들의 눈길 끌기에 성공한 롯데백화점에 이어 경쟁업체들 역시 다양한 경품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인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은 ‘롯데멤버스 페스티벌’을 연다. 이 행사의 경품은 1등 1명에게 2억원 상당의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2등 2명에게 1억원에 가까운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창업지원이다. 행운의 당첨자는 커피숍이나 편의점 하나를 공짜로 갖게 되는 셈이다. 오는 31일까지 응모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백화점 개점 79주년을 맞아 ‘신세계 패밀리 대축제’ 행사를 개최했다. 최대 100만명에게 총 100억원의 신세계 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100만명에게 각각 1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셈이니 규모 면에서 가히 국내 최대라 할 수 있다.

공재훈 신세계 홍보담당 주임은 “경품 경쟁을 위해 경품의 규모를 늘린 것은 아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경품을 기획하다 보니, 전체적인 규모 또한 자연히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롯데백화점과 비슷한 제목의 ‘소원 성취 경품’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내용은 전혀 다르다. 롯데백화점이 주관식으로 자신의 소원을 적어 응모하는 것이라면 현대백화점은 객관식으로 준비된 6개의 소원 중 하나를 택일해서 응모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이 내건 소원 6가지는 ‘현금 1억원’, ‘우리아이 1등 만들기’ ‘아름다운 피부 미인 1명’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 되기’ ‘싱글 골퍼 되기’다. 이 모두 현대백화점이 사전 설문조사를 거쳐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바라는 소원 6가지를 엄선해 결정한 것이다.

이원룡 현대백화점 홍보팀 과장은 “단순히 제목만 보면 롯데백화점의 소원 성취 경품과 비교가 되기 쉽지만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며 “경품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1년 동안 꾸준하게 당첨자들을 관리하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금 1억원에 당첨됐다면, 단순히 현금을 한번에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 하이투자증권의 CMA 1억원 통장을 통해 자산관리 컨설턴트가 1년 동안 주식종목과 펀드 선택, 분산투자, 리스크 관리 등 재테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컨설턴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아이 1등 당첨자라면 초중고생 자녀 1명에게 전문강사를 붙여주어, 취약한 2~3개 과목을 중심으로 1년간 일대일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싱글 골퍼 되기 당첨자는 1년간 전문 프로골퍼에게 골프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이 과장은 “사실 유통업계에서 불황기에 경품을 강화하는 등 프로모션에 투자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최근 불붙고 있는 경품 경쟁은 갑작스런 현상이라기보다는 그 동안 불경기를 겪으며 유통업계마다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경품 경쟁이 지나친 규모의 경쟁으로만 갈 경우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마음이 덤 때문에 움직인다면 그 움직이는 마음을 제대로 붙잡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경품을 내놓아야만 한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들이 형식의 파괴나 규모의 파괴로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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