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위기'를 말하는 美 경제학자들

'또다른 위기'를 말하는 美 경제학자들

엄성원 기자
2010.01.05 10:01

AEA서 비관전망 잇달아.."부양효과 사라질 올해 위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저명 경제학자들이 잇달아 미국 경제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미국 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 크루그먼 "더블딥 가능성 30~40%"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 참석을 위해 애틀랜타를 방문 중인 크루그먼 교수는 4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내년 하반기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30~4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이는 낮은 수준의 가능성이 아니라며 미국 정부와 금융 당국이 침체 탈출을 위해 동원했던 재정, 통화정책의 효력이 사라지는 순간 미국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채권 매입 중단, 오바마 행정부의 7870억달러 경기부양책 축소, 기업들의 생산 투자 감소 등이 모두 두번째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FRB의 1조2500억달러 규모 모기지증권(MBS) 매입 중단이 모기지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 주택 판매 위축 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지난해 4분기의 4%대 성장률이 기업들의 재고 확충 노력으로 인해 부풀려진 것일 뿐이라며 올해 전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여타 경제학자들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참여한 미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2.5% 뒷걸음질쳤던 미국 경제가 올해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펠드스타인 "부양 멈추면 회복도 중단"

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부양책 종료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펠트슈타인
마틴 펠트슈타인

펠드스타인 교수는 하루 전인 3일 AEA 연설을 통해 올해 경기부양책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해 미국 경제 성장이 지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와 같은 형태의 경기부양책이 사라지면 단기적인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출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시중에 쏟아 부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또 지난해 실시한 경기부양책과 줄어든 세수로 인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경제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재정적자가 세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물가 인상을 야기하는 부가가치세 인상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스티글리츠 "경제학자들 반성해야"

조셉 스티글리츠
조셉 스티글리츠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도 미국의 충분한 성장세 회복이 단기간 내엔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3일 AEA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회복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학자들의 반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기 발생 과정에서 일정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올바른 이론을 정립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류 경제학들은) 주요 이론에서 결점을 드러냈던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참여자가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금융시장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은 결점이 많은 전제"라며 "경제학자들은 위기에 대한 책임자 명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택가격 거품에 따른 시장 악화를 예로 들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이론 때문에 주택 버블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하며 "주택 소유자들과 투자자, 금융회사들은 뚜렷한 '비이성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오히려 위험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며 근대 경제학의 대부인 애덤 스미스의 기본 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일갈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버냉키 의장은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금융위기가 허술한 규제 감독 때문에 발생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주장을 펼쳤다. 버냉키 의장은 주택 버블(거품)의 주된 원인이 저금리 정책이 아닌 규제 잘못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따라 주택 버블의 해결책 또한 금리 정책이 아닌 규제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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