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께 우리도 바이오시밀러 하자고 졸랐다가 엄청 혼났습니다. 오죽 답답해서 그랬겠어요."
지난해부터 국내에 불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붐을 보고 코스닥의 K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항체 전문 바이오벤처인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 100억원대의 소형주로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다. 1년째 주가가 3000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투자자에게는 이런 기업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종목이다.
이 관계자는 증시에서 여러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관련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시밀러 하는데 그게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느냐'는 얘기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지금 나와 있는 대부분의 바이오 의약품은 우리 몸속 면역단백질인 '항체'를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려면 약효가 있을 만한 특정 항체를 '가장 적절하게' 만들어내는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는 이 회사가 가장 잘하는 분야다.
적절한 항체가 만들어지면 이들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은 항체를 골라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한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선언한 대부분 바이오벤처들이 이 단계를 담당한다. 전임상과 임상 등으로 후보물질의 약효가 검증되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나서게 된다.셀트리온(168,500원 ▼1,800 -1.06%)처럼 대규모 설비가 있는 기업이 담당하는 단계다.
최종 신약 개발 과정도 중요하지만, 한 칸씩 계단을 밟지 않으면 위로 오를 수 없듯 기초 연구를 담당하는 기업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니 당장 신약개발 계획이나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하지 말라는 게 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K사가 이렇게 하소연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약 30% 증가하며 상장 후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연초 약속했던 흑자 전환과 매출액 목표를 모두 달성한 것이다. 항체 제품 수출로 꾸준한 로열티 수입이 기대돼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더구나 이 실적은 R&D 투자비용을 개발비가 아닌 경상개발비(판관비)로 처리해 얻은 성과다. 당장의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R&D 투자비를 개발비 항목에 넣는 일은 업계에 흔한 관행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직 '바이오' 만으로 이 정도의 실적을 내는 회사가 드문 점을 감안하면 억울하다는 말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코스닥에 착실한 신약개발 기업이 많지만, 바이오만으로는 실적을 내기 어려워 다른 사업 분야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바이오시밀러 등 소위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올리는 기업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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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K사 역시 바이오시밀러 붐을 환영한다고 한다. 의약품 시장이 늘어날수록 이 회사의 고객도 늘어난다는 점에서다. K사는 이렇게 차곡차곡 실적을 올리고 연구개발(R&D) 능력도 쌓아 언젠가는 신약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면 K사의 희망은 무엇일까. K사 역시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하는 일일까. 그보다는 대박만을 쫓는 투자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증시의 속성이란 게 워낙 그렇다지만, 신약이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투자자들이 실체를 잘 따져보지도 않고 꿈만을 쫓는 거 같아요." 이 관계자의 푸념이 오직 K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