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헛발질…해외선 명품원전 건설?"

"안방서 헛발질…해외선 명품원전 건설?"

임동욱 기자
2010.03.14 22:10

신울진 원전 1,2호기 입찰 또 파행..한수원 '총체적 관리부실' 도마 위에

2월 25일 오전 11시, 부산 기장군 소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전본부 1층 대강당. 비바람 치는 궂은 날씨임에도 짙은 점퍼 차림의 현장 직원들과 협력 건설업체 임직원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들 수백 명은 김종신 한수원 사장과 협력사 사장 일행이 행사장에 들어서길 기다리고 있었고, 단상 앞에는 '한국원전의 세계화에 모두 함께 합시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예정됐던 시각이 지났지만 김 사장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술렁거림이 있자 회사 측은 "VIP들이 차를 마시면서 환담 중이니 더 기다리라. 사장님 일행이 입장하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라"는 안내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김 사장 일행의 등장에 참석자들은 '안내를 받은 대로' 기립박수를 보냈고, '세계 최고 명품 원전건설 및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다짐대회'는 이렇게 막이 올랐다.

한수원이 '한국원전의 세계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정작 한수원 자신의 내부 시스템은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경직된 '공기업' 조직문화와 최고경영자(CEO) 1인 업적 중심의 홍보 문화가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명품원전 건설 선포식' 행사 당일, 고리원전본부 건물 내에는 주인공인 '원전' 보다 '김 사장'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행사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중앙 정부부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낡은' 시스템은 국내에서 짓는 원전 시공사 하나 제때 선정 못하는 '총체적 부실'을 낳고 있다. 지난주에는 신울진 원전 1, 2호기 건설공사 시공사 선정이 '입찰 전산시스템 오류'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또 다시 무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신울진 원전 건설공사의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첫 입찰공고를 냈지만, 그동안 무려 9번이나 유찰되면서 '헛바퀴'만 돌렸다. 올 들어 입찰조건을 바꾸는 등 시공사 선정을 위한 의지를 보이는 듯 했지만 이번엔 전산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투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황한 한수원은 입찰 방식을 전자입찰 방식에서 현장 입찰방식으로 변경했지만 이번엔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전산입력 때와 다른 가격을 제출한 건설사가 나오면서 동일한 가격을 써 낸 건설사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전자입찰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정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

한수원은 재입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입찰 공고를 다시 낼 경우, 한수원의 입찰 무산 기록은 '10회'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형 원전'에 뿌듯해 하던 국민들도 한수원의 업무 추진 능력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 K씨(34)는 "국내에 짓는 원전 시공사조차 제대로 선정하지 못하는 곳이 어떻게 해외에 나가 명품 원전을 짓겠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김 사장의 경영능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 출신인 김 사장은 2004~2007년 한국서부발전 사장을 거쳐 2007년 4월 한수원 사장에 임명됐고, 지난 2월1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다시 임기 3년의 사장에 임명됐다. 김 사장의 연임 배경에 대해 정부 최고위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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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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