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에야 제약사 다 합쳐서 공사합동기업으로 만들지 뭣 하러 골치 아프게 정책 만들고 규제하고 그럽니까."
최근 제약업계의 최대 이슈인 리베이트와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일명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와 관련 한 제약사 임원의 반응이다.
정부는 최근 의약품 유통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를 위해 현행 약가제도를 손질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내놨다. 업계는 그야말로 결사반대다. 제약협회 회장이 '제도 도입을 못 막은 책임을 통감해' 사퇴하고 국공립병원 의약품 입찰이 연달아 무산될 정도다.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는 등 반발이 적었던 반면 새 약가제도는 절대 안 되는 이유는 이렇다.
새 제도는 예를 들어 병의원이 100원짜리 약을 80원에 사면 20원의 70%(14원)를 인센티브로 준다. 80원짜리를 100원으로 신고하고 20원을 리베이트로 쓰느니 차라리 인센티브를 줘서 실제 가격을 알자는 것. 실제 가격 '80원'은 이듬해 제약사를 대상으로 약가를 내리는 근거로 쓰인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의도가 리베이트 근절이 아닌 약가 인하에 있다고 본다. 앞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값이 내려갈수록 마진은 줄고 이익이 내려가 연구개발(R&D) 여력도 없어진다"며 "약값을 줄이겠다며 결과적으로 산업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가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을 써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부터는 의약품에 자동으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도록 바꾸고 보험이 됐던 약도 경제성이 없으면 강제로 보험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 경우 약값을 전부 소비자가 내야 하므로 해당 약의 매출은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약 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절대 안 망한다"는 강한 표현까지 썼다. 지난 10년간 약가 인하 정책의 수위가 높아졌고, 한때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산업 성장은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내는 제약사의 매출액은 지난 10년간 약 10% 늘었다. 특히 '리베이트의 온상'인 전문약 매출이 1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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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준 향상으로 의료이용이 늘고 만성질환이 많은 노인이 증가한 덕분이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정부 약가 정책이 실효성을 못 거둔 점도 한 몫을 했다. 용량을 바꿔 재출시하거나 비슷한 다른 제네릭으로 갈아타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한 것.
업계 관계자는 "한 제약사가 수백 개의 제네릭을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라 가능한 일"이라며 "제네릭 중심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칼을 빼들며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매출 100억원 미만의 영세 제약사는 살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올해부터 의약품 제조에서 일정 품질이 의무화(밸리데이션 의무화)되는 등 중소형사의 비용부담이 늘었다. 정부가 800개가 넘는 제약사를 50개까지 줄일 것이라 밝혔다는 말도 나돈다.
마이너 제약사의 퇴장은 살아남은 제약사의 시장점유율(MS) 확대로 이어진다. 미래를 내다보고 R&D를 활발히 하는 곳도 이들이다. MS가 늘수록 R&D 여력이 커지는 만큼 제약 산업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