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정부·채권자·주주·투자사·시장 모두가 '피해자'
포넷은 75억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은 유일한 코스닥 자원개발회사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 4월 돌연 상장폐지되면서 많은 주주들이 피눈물을 흘려야했습니다.
포넷은 2007년 11월 수능전문 교육업체 케이스가 우회상장한 뒤 카자흐스탄 동광, 라오스 주석광산 개발 등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광업진흥공사로부터 약 25억원,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400만달러(약5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삼일회계법인 회계감사결과 2008년 6월 감사보고서에는 자산이 584억원이었지만, 12월 결산에서는 135억원으로 6개월만에 449억원이 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소 약 150억원의 자금이 자원개발 등을 이유로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정부지원까지 받은 기업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포넷의 상장폐지 과정을 보면서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포넷 사태는 한 기업의 우회상장과 자원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기관, 금융기관, 헤지펀드, 사채, 구조조정전문 투자회사, 또 다른 두개의 코스닥 상장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벌써 상장폐지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관련자들의 민형사 소송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지원과 자원개발을 이유로 주가는 급등 후 급락했고, 해외로도 돈이 빠져나가면서 누군가는 돈을 벌었겠지만, 모두가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주주와 채권 금융기관, 헤지펀드, 구조조정에 들어간 투자회사, 경영진 모두 자신들의 피해를 말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헤지펀드와 투자회사 J가 대주주와 공모해 횡령배임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헤지펀드와 투자회사는 오히려 이 주주들이 투자손실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자신들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포넷 전 대표는 해외에서 머무르며 나름의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S식품회사와 명동사채자금, 포넷 최대주주였던 가온아이라는 회사, 케이스 전 대표이사 등이 상폐에 연관됐다는 폭로도 나오고, 정관계 인사가 얽힌 고의적 상장폐지라는 의혹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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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현실 앞에서 진실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자원개발업체들 중 왜 유독 이 회사만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았고, 왜 이 회사만 돌연 상장폐지가 돼야했는지는 의문은 남습니다. 그들만의 '복마전'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정부의 자원개발 지원'이라는 말만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쪽박을 찰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걸까요.
자원개발사업을 두고 벌어진 이 같은 코스닥 '복마전'의 뒷맛은 참으로 씁쓸합니다. 누군가는 분명 이익을 봤겠지만, 포넷 상장폐지 사태는 한국시장에 씻기 힘든 상처를 입혔습니다.
정부기관은 혈세를, 채권자와 주주는 투자금을 잃었고, 코스닥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지금 코스닥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통한 '정화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회계법인들도 기업감사 강도를 높이며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실제 포넷과 써니트렌드의 상폐과정에는 회계법인이 수백억원으로 잡혔던 자산을 '0원'으로 평가하는 강도 높은 감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횡령·배임에 휘말린 기업을 퇴출시키고, 회계법인은 기업감사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를 덮어둔 채 문제의 기업을 '소탕'한다고 해서 시장이 투명하고 깨끗해질 순 없습니다. 결국 신뢰를 높이는 건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