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하면 오르고 가입땐 꼭지, 혹시 나도?

환매하면 오르고 가입땐 꼭지, 혹시 나도?

임상연 기자, 전병윤, 권화순
2010.04.07 09:17

[펀드런 비상]과거 지수대별 움직임 주가 상승시 뒷북투자 재현

펀드 환매가 집중될때가 증시의 바닥이고, 반대로 자금이 집중적으로 펀드에 유입될때는 지수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였다. 섣불리 펀드를 환매할 경우 손실만 확정짓고,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펀드 투자자, 완벽하게 '거꾸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펀드로 자금이 가장 급속히 몰렸던 시점은 20007년 7월이었다. 당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돼 글로벌 증시가 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던 시점이다.(그래프 참조)

특히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000을 넘으며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던 2007년 10월 이후 주식형펀드로는 자금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당시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규모는 2007년 11월 7조7000억원을 비롯, 12월 6조3000억원, 2008년 1월 7조4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2008년 10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코스피가 바닥선인 900선까지 떨어지자 자금 유입은 정체 상태를 보였다.

지수가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2009년 1월에 주식형펀드의 수탁액은 반대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펀드 투자자들이 코스피 흐름과 엇갈리며 뒷북 투자를 거듭한 셈이다.

코스피 지수대 자금유입 추이와 비교하면 최근 환매하는 투자자들은 원금을 갓 회복했거나 미미한 수익을 냈을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코스피 1400~1500선에서도 펀드 환매가 몰렸지만, 이후 1700까지 지수가 상승했다. 환매 고객들은 기회손실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덜컥 환매했다간 낭패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코스피가 1700선에서 주식형펀드의 큰 환매가 일어난 건 이 지수대에서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금융위기 후 각국 정부들이 쓴 대책들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소비나 산업에서의 지표도 우호적"이라며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국내도 출구전략이 상당기간 연기됐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의 경우 오랜 기간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금리의 하락(가격상승)을 지속,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봤다. 또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3%대에 불과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으로 주식 외 다른 투자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

송성엽 KB자산운용본부장은 "펀드 투자는 3~5년 정도 길게 봐야 하며 지금 주식형펀드를 환매하면 다시 가입할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점에서 환매해 조정을 받고 다시 가입하려고 한 투자자들은 조정을 받지 않으면 수익률 3%대를 밑도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당분간 묵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펀드를 환매했다면 자금의 일부를 지금이라도 가입할 것을 조언했다.

한 운용사 사장은 "2008년 2000포인트에 펀드에 가입했어도 3년이 지난 올해 초 약 7% 수익을 올렸다"며 "단순 가입시점만으로 수익률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펀드런 지속될까

대량 환매사태 우려에 대해 강선식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2분기에 환매 '피크'를 보일 것"이라며 "경기 회복이 구체화 되는 하반기 이후에나 자금이 다시 유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국내보다는 해외 쪽에서 판단이 빠른데, 해외 쪽에선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펀드에 투자한 개인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코스피 지수가 1700을 넘었을 때 펀드에서 2조4000억원이 빠졌는데, 올해 4월에는 이보다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3월까지 유입된 자금들이 원금 회복 구간인 1700선에서 집중 환매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급락한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학습효과 때문에 환매 욕구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펀드 환매에 운용사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사실 환매가 들어오면 대책이 따로 없다"며 "보유한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해서 고객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펀드런과 관련,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금융위기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오히려 펀드 과세를 강화해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해외펀드와 장기적립식펀드의 비과세 혜택을 폐지했다. 반면 공모펀드에 거래세를 신설했고, 7월에는 ETF에 대해서도 거래세 및 배당소득세를 과세할 예정이다.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해외펀드 비과세를 폐지하는 대신 손실분만큼만 한시적으로 과세를 유보해주면서 투자자들이 원금회복을 환매 시점으로 잡고 있다"며 "게다가 공모펀드와 ETF 등에 세금을 매기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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