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 황금투자법/ 치솟는 금값이 만든 황금풍속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금은방 골목.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거리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데 어찌 된 일인지 길가에 줄지어 있는 금은방들은 내부가 휑하니 비어있다. 유리창으로 진열된 반지며 목걸이 등을 구경하기 위해 살짝만 고개를 갸웃거려도, 목이 빠지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금은방 주인들이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쭈뼛쭈뼛 금은방 안으로 들어가자 "물건 보러 오셨어요?"라며 반색하는 아주머니 한 분. 기자가 머뭇거리자 "그럼 금 팔러 오셨어요?" 라며 되묻는다. 그러고 보니 전시대 옆마다 ‘금 고가 매입’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붙여져 있다.
취재 때문에 왔다고 하자 아주머니가 금세 맞받아 친다. "여기 보시면 아시잖아요. 썰렁한 거. 금값 올라서 장사 안돼요. 아주 죽을 맛이에요, 요즘."
"그래도 금 팔러 오는 사람은 많은가 봐요?" 기자가 묻자 이번엔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작년엔 금 팔러 오는 사람이 좀 있었는데, 요즘엔 없어요. 이미 나와야 할 금은 다 나온 것 같은데요."
이날 금 3.75g(한돈)의 가격은 19만원 정도(현금 거래가 17만5500원). 지난 2007년 순금 한돈의 가격이 7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3배로 뛴 가격이다. 몇달 사이에도 금값은 요동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 이로 인해 울고 웃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썰렁한 금은방, "금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없어"
종로2가 귀금속 상가에서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사장은 "18년째 금 장사 하고 있는데 요즘이 제일 안 좋다"면서 "IMF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고 운을 뗀다.
"작년 초에는 하루 만원씩 금값이 올랐습니다. 올해도 금값이 꾸준히 오르니 금값에 예민한 분들이 많죠. 그래서 문의 전화는 많은데 실제로 지갑을 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손님들이 물건 보면서 머뭇거리는만 시간이 늘었습니다."
단성사 뒤쪽 골목에 위치한 귀금속 상가에서 상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임모 사장 역시 비슷한 하소연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귀금속 상가보다 더 큰 문제는 금 세공업자들이죠. 우리도 금을 세공하는 공장이 따로 있는데, 장사가 안 되니까 올들어 공장 직원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 절반의 직원들마저도 월급이 깎인 곳이 많다고 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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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또 다른 귀금속 상가의 김모 사장은 "상가 내에서도 가게를 접고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전시대에 진열하는 반지나 목걸이의 가격만 해도 너무 많이 뛰어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3억 정도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제품들을 배치하는 게 가능한 정도"라고 귀띔했다.
김 사장은 "최근에는 금 대신 은 제품을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같은 크기의 링 귀걸이를 만든다고 했을 때 금으로 10만원 정도 드는 제품이면, 은으로는 1만원 정도면 됩니다. 그러니까 초기 진열대에 전시해 놓을 제품에 투자하는 값을 줄이기 위해 같은 모양의 은 제품을 대신 진열해 놓고, 고객이 마음에 들어하면 금 제품을 따로 제작해 공급하는 방식이 늘었습니다."
◆금 사기 거래도 늘어
김 사장은 "작년 초 금값이 하루에 만원씩 오를 때는 순금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말한다.
"요즘 시세에 금 1kg만 하더라도 266돈 정도니까 약 5000만원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투자 목적으로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죠. 그나마 작년에는 무게를 조절해서 1000만원 정도씩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1년 정도 지나보니 금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남지도 않기 때문에 흥미를 잃은 것 같습니다."
김 사장은 "작년에 한돈 15만원에 사서 올해 한돈 17만원에 되판 사람들이 이익을 조금 남겼는데 15만원에 금을 사 본 사람이 17만원에 또 금을 사겠냐"며 "지금은 순금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귀금속 가게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금 고가 매입' 간판들. 가게 앞 유리창에 손글씨로 ‘금 최고가 매입합니다. 시계, 귀걸이, 반지’ 등을 써붙여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임 사장은 "원래 없었던 건 아닌데, 최근에 대규모로 금을 매입해서 되파는 업체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이런 업체들이 많이 나옵니다. 사기성 거래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해외 현지에서 50kg 정도의 금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며 선금을 요구하거나, 금을 비싼 값에 산다고 한 뒤 시세보다 5만~6만원 적게 값을 쳐주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보석 디자이너들의 고민, '작게 더 작게'
금값이 뛰면서 3.75g을 기준으로 한 ‘한돈’이 아니라 1g, 2g, 3g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임 사장은 "g당 판매는 금값이 오르기 전부터 있었지만 요즘에는 돌잔치 선물로도 한돈 대신 1g이나 2g단위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방문했을 때 금 1g의 가격은 5만원 정도.
쥬얼리 전문 브랜드 스톤헨지의 박상화 디자인 팀장도 "금값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예전보다 작은 사이즈의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전시된 제품 중 크기가 아주 작은 초소형 제품의 비율이 10% 정도였다면 요즘에는 50% 가까울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 박 팀장은 "디자인할 때도 제품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며 "크기를 살리려면 금 함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이른바 '10K 시장'의 태동. 물론 아직까지 국내외 금시장은 24K, 18K, 14K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 팀장은 "요즘에는 14K나 그 아래 저중량 금 액세서리에 관한 거부감이 거의 없어진 분위기"라며 "판매량을 보아도 14K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금값이 올라가면서 10K 제품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저중량 제품이나 순도가 낮은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10K 시장의 가능성의 꽤 높은 상황"라고 말했다.
황금, 이벤트 업계 ‘귀하신 몸’ 등극
"휙휙 황금을 위해서 라면 제트기라도 잡아타고 가겠어요!!"
"축구화 한개당 가격이 200만원이 넘어서니 세금도 그만큼 셉니다.^^ 그래도 일단 찾고 봐야겠죠?"
지난 한달간 스마트폰 유저들 사이에 때아닌 보물찾기가 벌어졌다. 이유인즉 KT가 월드컵을 맞아 마련한 이벤트 때문. 지난 6월 초부터 7월3일까지 스마트폰으로 이벤트 관련 앱을 다운로드 받아 와이파이존에 숨어있는 단서를 찾아가며 11개의 ‘황금 축구화’를 찾아내는 이벤트였다.
신발 한켤레당 부착된 순금은 37.5g(10돈). 요즘 금 시세로 200만원을 넘어서는 목돈이니 이벤트 참여 열기가 뜨거운 건 당연지사. 전국 각지에 숨겨진 황금 축구화를 찾느라 서울에서 부산, 서울에서 광주로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해변가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모래를 파헤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벤트를 진행한 넥스브레인의 박용철 이사는 "황금 축구화를 내세운 건 보물찾기라는 콘셉트를 살리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근 금값이 뛰면서 황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벤트 업계에서는 황금을 이용한 이벤트가 부쩍 늘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금값이 비싼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순금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돈 정도는 필요한데 그러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박 이사는 "규모가 작거나 소소한 이벤트에서는 오히려 금이 부담스러워서 피하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