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스코틀랜드 출장길에서 국부론을 저술한 애덤 스미스 묘역을 찾았다는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언뜻 한국 경제에 밝은 전망이 예상되었다.

우리나라 경제수장과 시장의 힘을 신봉한 아담스미스의 만남은 향후 경제 운용에 대한 신념과 언약이 있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사유(思維)의 여행, 즉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는 것은 개인이나 공직자에게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워싱턴과 필라델피아에 들리게 되면 서재필선생의 기념 장소부터 먼저 발길을 돌린다.
얼마 전 세계가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일 때, 스페인 출장길에 나서면서 지중해 한 편에 아즈런히 떠있는 마요르카 섬을 방문하였다. 안익태 선생이 생의 마지막 20년을 살면서, 생전에 염원하던 조국에서의 '애국가' 연주를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그 곳이다.
팔마 시가지의 본(Born) 거리 초입에 안익태 생 탄생 100주년 기념조형물인 '소리의 그림자'가 있었다. 세 개의 철주조 기둥이 음파, 날개, 파도를 나타내면서 음악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그 지점에서 팔마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길 한 편에 커피숍 이름이 '카푸치노'인 곳을 들렸다. 실내에는 젊은 한국풍 여성의 커다란 사진 액자가 눈에 띄면서 금방 정감이 느껴졌다.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건너편에 있는 안익태 선생의 조형물을 물끄럼히 쳐다보니,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던 안익태 선생의 고독과 고통이 그 녹 쓴 기둥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요르카에 와서 안익태 선생을 기리는 나의 진실한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어디에선가 애국가 연주가 잔잔하게 들려 왔다. 마침 월드컵 예선경기인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시작되면서, 팔마 시가지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울려 퍼진 것이다. 나는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자연스레 흘렀다.
다시 택시를 타고 편도 10유로 지점인 마리나 루즈호텔 인근의 안익태거리로 달려갔다. 팔마 시당국이 안익태 선생이 살던 동네에 '안익태 선생의 거리'라는 표지석을 세워 놓았으며, 바다가 보이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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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쪽빛 바닷가에 서서, 해마다 통영에서 윤이상 음악회가 열리듯이 지중해 바다색을 닮은 어느 해변 도시에서 안익태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기를 나는 소망해 보았다.
마요르카는 피카소, 후앙 미로, 쇼팽의 예술의 흔적이 깃든 곳이면서 오렌지와 레몬향이 싱그러운 곳이다.
특히 오렌지나무와 레몬나무를 같이 재배하고 있는 과수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품종을 심어야 두품종이 경쟁을 하면서 꽃가루를 많이 생산하게 되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분열된 사회 현상에 비추어 누가 오렌지나무와 레몬나무와 같이 공존의 과수원을 가꿀 수 없을까.
애국가의 고향인 마요르카를 떠나 스페인 본토로 건너오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답게 젊은이들의 실업이 심각하였다. 그들은 서유럽국가의 스토어 점원을 신청하기 위한 인터넷 검색이 일상사라는 것을 알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이 LG화학의 미국 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여 일자리가 한국서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자랑하였다. 세계가 온통 일자리가 키워드가 되고 있는 판이다.
이런 중요한 마당에, 국민은행은 직원 수가 신한은행 보다 2배가 많은 반면 직원 1인당 수익률은 절반 밖에 되지 않아 내부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소식이 있었다. 어느 교수는 자기 제자를 백수로 만들고 싶은지, KB금융의 첫 과제는 인력 감축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유럽 경제학자들은 직장에서 내 몰린 실업자의 고통 비용을 이미 계량화하고 있으며, 기업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 인원 감축을 단행할 경우 그 수익률은 고스란히 국가의 부채가 된다고 한다. 이젠 기업의 의무는 수익률보다는 고용을 창출하는 일이다.
더구나 '국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더욱 젊은이를 고용함으로써 국민에게 보답해야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