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환경규제,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CEO칼럼]환경규제,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정동학 STX엔진 대표이사 사장
2010.03.12 09:41

푸른 언덕에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고, 전기자동차가 거리를 달린다. 바다 위를 운항하는 에코십(Ecoship) 갑판에는 태양광 발전기와 소형 풍력발전기가 장착돼 동력을 얻는다. 친환경 발전소에서 나온 전력으로 도시는 불을 밝히고, 주택과 빌딩은 모두 탄소배출제로(Zero) 시스템이 적용돼 유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물론, 공장에는 굴뚝이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친환경’이 글로벌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되던 일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전 산업 영역에서 ‘그린 비즈니스’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그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 2009'에 따르면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영국에 이어 9위이며 OECD국가 중에는 6위로 나타났다. 특히 1990~2007년 동안 탄소배출 증가율이 113%로 OECD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1톤으로 같은 기간 OECD국가 내 순위가 11위에서 9위로 올랐다.

세계 10위권의 에너지 소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탄소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비는 소홀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에너지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감안한다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시급하다.

이미 미국 및 유럽의 선진국들이 경제 및 산업분야의 체질개선을 통해 상당기간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온 것에 비하면 한국의 대응은 크게 늦었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향후 60년의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2012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환경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2012년까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단기적 과제를 세워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장기과제를 선정해 산업 및 경제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 체질개선을 이뤄야 한다.

단기간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역량과 투자를 집중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특히,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 LCD, IT, 기계분야의 산업기반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완성도가 낮은 해외 기술을 사들인 후 보완을 통해 자체기술화 하는 전략도 추천할 만하다.

장기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견실한 성장을 유지하는 선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 육성과 함께 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청정에너지 개발을 통해 환경 부하를 최소화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신 재생에너지 및 녹색산업 분야를 수출 산업화하고 정부의 세계 시장 선점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 전환이다. 아직까지 녹색성장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이득이 거의 없다는 식의 논리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협약은 우리에게 강제로 탄소 감축량을 할당하고 이로 인해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계 될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국 대열 국가답게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환경규제를 의무이자 기회로 여기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선진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자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할 미래는 많은 비용과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친환경 성숙도를 무기로 삼아 벌어지고 있는 세계 질서 재편의 진검승부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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