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마련한 상장심사 제도개편안은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횡령, 상장폐지, 경영권 분쟁 등에서 발견된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그런 만큼 현재 상장기업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작용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담겼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 은 상장심사 신청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 기준(공모후)을 기존 15%에서 20%로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조기퇴출로 물의를 빚고 있는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예컨대 모빌탑, 아이알디 등은 상장 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들어갔는데, 모두 상장 후 1년6개월 안에 최대주주가 변경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매각 전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0~20%에 불과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조기퇴출 5개사의 최대주주 변경전 지분율을 보면 평균 18.2%였다"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으니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떨어지고 매각도 잦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조기퇴출 기업들의 최대주주 변경전 등에서 지분율은 △네오세미테크(개선기간 부여) 11.0% △아구스 16.4% △아이알디 19.3% △모빌탑 21.6% △사이버패스 22.5% 등이었다.
그는 "벤처기업이 성장과정에서 초기 운영자금 부족으로 벤처금융 등에서 지속적으로 운영자금을 도달하면서 지분율이 낮아진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최대주주가 자주 변경되면 정상적인 기업이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기업 45곳을 분석한 결과, 최대주주가 자주 변경(연평균 1.4회)됐고 이 가운데 25개사(55%)에서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기업들의 지분율 평균은 18.7%였고, 심사에서 상장유지가 결정된 9개사는 24.7%였다.
최대주주의 가족들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기업들의 상장을 불허하겠다는 것도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우선 경영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경영권 분쟁에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해져 결국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합세한 부부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예신피제이가 대표적이다. 2곳 이상 대표이사 겸직을 금지한 조항은 기업 사냥꾼들의 문어발식 인수합병(M&A)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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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M&A 전문가들은 A기업을 인수한 뒤, 이를 담보로 저축은행이나 사채업자에게 자금을 빌려 B기업을 인수하고 C기업도 손을 뻗히는 경우가 적잖다.
거래소는 이 조항을 신규상장기업에만 적용한다는 방침이나, 우회상장 요건 심사규정에도 확대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상장기업 가운데는 한 곳의 최고 경영자(CEO)가 여러 관계사들의 대표이사를 겸하는 경우가 적잖다.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은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 대표를 겸하고 있으며 방광식 자유투어 대표는 부동산개발업체 엘엔에스플래닝 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이들처럼 정상적인 기업들은 큰 문제가 없으나 머니게임의 대상이 된 기업들에서는 대표이사 겸직이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